17일 개별상봉과 오찬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기약없이 혈육을 떠나보내야 하는 남쪽과 북쪽의 이산가족들. 이들이 쏟아낸 이별사는 또다시 가슴을 울린다.부인과 아들을 만난 북측 리복연(73)씨는 “만나서 반가우면 뭐하나 만나자 곧 이별인 걸”이라며 흐느꼈다. 북측 화가 정창모(68)씨의 동생 춘희(60)씨는 “만나면서도 또 헤어질 걸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늘 불안했다”며 “바람처럼 날아가버린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울먹였다.
“남녘땅에서는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오경수(70)씨는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다”고 했다.
떠나는 이들의 사모곡(思母曲)은 더욱 절절했다. “통일이 오는 날 맨발로라도 달려올게요. 그때까지 꼭 같이 살아요”라고 울부짖는 북측 아들 서기석(67)씨의 말에 어머니 김부산(86)씨는 희미한 목소리로 답한다. “어려운 형편에 헤진 옷, 기운 옷만 해 입혀 평생 마음이 아팠는데…. 잘 살아라.”
북측 조진영(69)씨는 90대 노모 정선화(94)씨에게 “오마니, 인생은 리별과 상봉입니다. 제가 다시 올 때까지 백수 천수하십시오”라고 기원했다.
북측 김옥배(68)씨는 “어머니품에서 잠들고 싶은 마음에 어젯밤 제대로 잠도 못잤다”며 “어머니께 한끼라도 손수 밥을 지어드리고 싶었다”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희망의 말도 이어졌다. 전날 부모님 영정 앞에 잔을 올리며 어머니에 대한 추모 자작시 3편을 낭독한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64)씨는 “모든 이가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양측의 문학가들이 좋은 글들을 많이 쓰자”고 당부했다.
북측 리래성(68)씨는“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앞으로의 헤어짐은 지난 50년 동안 헤어졌던 그런 헤어짐이 아니다. 통일은 희망이 아니라 확신이다”라며 여동생 이지연(53·방송인)씨를 위로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