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을 만나러 남북이산가족 상봉단에 포함돼 서울에 오고 이 기간 중 개인전까지 열릴 예정이어서 화제가 됐던 북한 인민예술가 정창모(68)씨의 전시회가 무기 연기됐다.주최측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정창모 개인전을 16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작가 자신이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전시회를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정씨의 개막식 참석을 위해 15일 저녁 정씨를 만나 전시 도록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도록에 실린 몇 작품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개인전은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려, 정씨가 1990년대 이후 그린 화조화, 풍경화 등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이번 전시의 주관사인 만수기획측은 “정씨가 소속돼 있는 북한의 만수대창작사로부터 입수한 작품이지만, 정씨 본인이 진위 여부에 의문을 제기해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만수기획은 1990년대부터 북한의 만수대창작사와 독점 계약을 맺어 북한 미술품을 취급해 온 민간 업체이고, 만수대창작사는 예술가 4,500여 명이 소속된 북한내 최대의 미술단체이다.
북한 미술품 위작 시비
지난 봄 광주 비엔날레 북한 특별전에서 북한 화가 김관호 작품의 위작 시비 등 북한 미술품을 둘러싼 위작 시비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던 반면, 이번에 작가가 직접 진위 여부를 판정함에 따라 북한 미술품 유통에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 미술품이 중국 등의 경로로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투명한 검증 절차도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이 외화벌이 차원에서 미술품을 모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 미술품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었다.
이번 전시를 도와온 김찬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관장은 “만수대창작사는 북한내 최고의 미술단체라는 자존심과 함께 높은 신뢰성을 자랑해왔던 단체”라며 “유통 경로가 어떻게 된 것이지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이 막 물꼬를 튼 남북한 문화교류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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