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무지막지한 속도전에 대한 반감일까, 서점가에 유독 ‘느리게’ ‘단순하게’등의 제목이 눈에 띈다.도서출판 물푸레에서 출간된 ‘느리게 사는 즐거움’(어니 J.젤린스키 지음·문신원 옮김)은 원제가 ‘Don't Hurry Be Happy’이다.
어리석은 토끼보다는 지혜로운 거북이가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잔디 위를 맨발로 걷는다든지 축하할 일이 없어도 한 달에 한번 쯤은 고급 와인을 마셔본다든지 하는, 일상사의 속도를 조금만 늦춰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잔잔한 행복의 노하우를 제안한다.
그에 비해 ‘단순하게 사는 법’(도서출판 아침나라, 켄트 너번 지음·공경희 옮김)은 돈, 결혼, 죽음 등 삶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서다.
‘돈은 거머쥐려는 사람에게서는 달아나고 나누려는 사람에게는 다가온다’ ‘비극과 고통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등 복잡한 계산에서 벗어나면 역설의 진리를 통해 삶의 진리가 보인다는 가르침을 주려 한다.
하지만 이런 차분함은 어디까지나 쉼표일 뿐, 마침표는 아니다. 목적지도 없이 질주하는 삶의 위험성을 경고할 뿐이다.
이렇게 한숨 돌리고 서서히 가속도를 붙일 수밖에 없는 게 결국 디지털시대 일상사가 아닌지.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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