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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길을 왔는데 지척을 못가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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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길을 왔는데 지척을 못가다뇨"

입력
200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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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척의 어머니를 못 뵙고 돌아가야 합니까….”50년전 헤어진 어머니 김애란(87)씨를 만날 기대감에 마음 설레던 북측 이산가족 량한상(69)씨는 16일 개별상봉을 위해 워커힐호텔을 찾은 동생 한종(64), 한정(62), 한호(58)씨를 맞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는 동생 한종씨의 서울 서교동 집에 묵고있지만 노환으로 거동이 불가능해 천리길을 달려온 아들을 같은 서울 하늘아래 두고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량씨 가족은 전날 다른 가족들처럼 ‘앰뷸런스 상봉’도 생각해봤지만 어머니의 건강 상태로는 앰뷸런스를 타는 것도 불가능해 포기해야 했다.

결국 모자는 단체상봉장에서 동생의 휴대전화를 통해 “어머니 한상이가 왔어요, 곧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고생했다”라며 몇마디를 나누는데 만족해야했다.

유일한 희망은 량씨가 직접 서교동 동생집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량씨는 이 희망도 접어야 했다. 동생들은 “법에도 예외가 있는 것 아니냐 ”며 적십자사에 가정방문 허용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량씨는 “북남이 합의한 (상봉장소 제한)원칙을 지켜야 나중에 다른 가족도 만날수 있다”며 비운의 눈물방울을 떨구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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