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어학자 류렬(柳烈·82)씨가 월북 전 다니던 고서점 주인을 16일 극적으로 해후, 50년전 ‘밀린’인세를 건네 받았다.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치마바위 산방’이라는 고서(古書) 전시관을 운영하는 이겸노(李謙魯·90)씨는 15일 TV에서 이산가족 방문단 속에서 류씨를 보고 40년대 자신의 서점 ‘통문관(通文館)’ 단골손님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이씨는 한글학회 등을 통해 류씨의 남쪽 가족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실패하자 이날 직접 류씨를 찾아 나섰다.
오후 2시께부터 1시간 가량 롯데월드 민속관 입구를 지키던 이씨는 방문단 속의 류씨를 발견하자, 류씨가 주석을 단 것으로 알려진 고서 ‘농가월령가’를 흔들며 큰 소리로 불렀다. 류씨도 한눈에 이씨를 알아보고는 한걸음에 달려와 손을 맞잡으며 “얼굴이 많이 늙었어. 건강은 어때요?”라고 인사했다.
이씨는 “50년 당시 류선생이 ‘농가월령가’의 주석을 달아주었지만 전쟁후 월북해 인세를 주지 못한 게 평생 마음에 걸렸다”며 주석에 대한 대가로 50만원과 농가월령가 2권을 즉석에서 건넸고 류씨는 이를 선뜻 받았다.
류씨는 “당시 고려대에서 국어를 연구할 때 통문관의 도움이 컸습니다”라면서 “이렇게 찾아줘서 고맙고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삽시다”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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