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이, 나 옛전우 순영이야.”“순영이? 정말 순영이네? 살아있었구만.” 북한의 과학자 조주경(趙周璥·68·김일성대 교수)씨는 첫 가족상봉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5일 밤 숙소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전화해온 이는 한국전때 경북 팔공산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조씨를 살려낸 대학동창 홍순영(洪淳瑛·69·한양대 명예교수)씨. 1950년 당시 서울대 수학과에 다니던 조씨는 지질학과생 홍씨와 함께 의용군에 징집돼 낙동강 전선에 투입됐다.
홍씨는 국군과의 전투중 부상을 입은 조씨를 들쳐업고 일주일을 걸어 안동 군병원까지 데려갔다.
홍씨는 “그 때 내 군복도 주경이의 피로 뒤덮인 덕에 부상병으로 위장, 인민군의 눈을 속여 도망칠 수 있었다”며 “그러니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한 셈”이라고 회상했다.
홍씨는 최근 보도를 보고서야 조씨의 생존사실을 알고는 14일밤 조씨의 모친 신재순(88)씨가 묵고있는 올림픽파크텔을 찾아가 만남을 주선해주도록 부탁했고, 이날 목소리로나마 상봉할 수 있었다.
조씨는 “목숨을 구해준 친구를 반세기만에 만나니 너무나 기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기회가 되면 꼭 직접 만나 보답하고 싶다”고 감개무량해 했다.
조씨는 이에 앞서 첫날 만찬장에서도 서울대시절의 은사 윤갑병(尹甲炳·75·경희대 명예교수)씨와 전화로 통화하는 기쁨을 누렸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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