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세월 백발이 되어 이제야 찾아왔어요/ 죽지 못해 살아온 지난 반평생 이가슴 울려놓은 저 휴전선/ 아 혈육의 정이 얼마나 그리웠나요/ 이제는 내곁에서 영원히 떠난다고 하지 마세요’.가수 설운도가 곡을 만들고, 부인 이수진이 가사를 쓴 ‘천년의 만남’은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맞추어 발표한 새 노래이다.
설운도는 1983년 KBS의 이산가족 상봉 캠페인 때 ‘잃어버린 30년’을 불러 무명의 설움을 씻고 스타덤에 오른 가수다.
TV와 라디오에서 이산의 한을 담은 노래들이 요즘처럼 퍼져나오고 있는 때도 드물다. 노래는 위안이자 정화이다.
이산가족들은, 실향민들은 이런 노래를 통해 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왔다.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늙어…’1991년 구 소련 중앙아시아의 알마아타 동포 위문 공연길에 오른 고 고복수의 아들인 가수 고영준씨는 깜짝 놀랐다.
교포 2, 3세들도 ‘타향살이’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사실 ‘타향살이’는 6·25 전쟁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설움을 그리고 있는 노래다.
1935년 ‘타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돼 해방 후 고향 떠난 모든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가 되었다.
볼 수 없는 어머니, 아버지를 그리는 절절한 그리움의 노래는 작곡가인 반야월씨가 가수 ‘진방남’으로 활동하던 시절 만들어진 ‘불효자는 웁니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고 통곡해도 다시 못올 어머니여…’ 실향민이었던 고 김희갑씨 역시 이 노래를 울면서 불러 이산가족의 심금을 울렸다.
가수 현인씨의 노래로 유명한 ‘굳세어라 금순아’ 역시 여동생인 듯한 ‘금순이’를 그리는 노래.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보았다 찾아 보았다… 금순아 굳세어다오 북진 통일 그날이 오면’. 당초 가사는 ‘북진통일’이었으나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로 바뀌었다는 게 원로 작사가 윤익삼씨의 설명이다.
‘흥남부두 울며찾던’으로 시작하는 손인호의 ‘함경도 사나이’, 박재홍의 ‘비나리는 삼랑진’은 물론 ‘고향만리’ ‘꿈에 본 내고향’ ‘고향초’ 등도 실향민의 애창곡.
그러나 젊은 가수들이라고 이산의 아픔을 외면했던 것만은 아니다.
‘고향 생각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라구요’.
강산에의 ‘라구요’는 신구 세대 모두가 부르는 실향의 노래다. 운동권에서 불려졌던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이제 통일 염원의 노래로 불리고 있다.
타향살이 고복수
굳세어라 금순아 현인
불효자는 웁니다 진방남
함경도 사나이 손인호
잃어버린 30년 설운도
라구요 강산에
천년의 만남 설운도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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