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신경제, 시장유연성에 달렸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신경제, 시장유연성에 달렸다

입력
2000.08.17 00:00
0 0

최근 미국에서는 더 이상의 금리인상은 필요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2·4분기에 임금이 노동생산성 증가율 범위내에서 올라서 사실상 인플레의 우려가 많이 가셨기 때문이다.올해 1·4분기까지만 해도 임금상승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2∼3% 웃돌았기 때문에 인플레가 우려될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이자율 상승이라는 처방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는 더 이상 이러한 인플레의 우려가 불식되게 되어 경기의 연착륙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아니 소위 말하는 고성장, 저물가의 신경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가. 지난해 노동생산성은 20%를 넘나드는 증가율을 보였으나 임금상승률은 IMF 여파로 이에 훨씬 못미치니 인플레 압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도 빠르게 회복하는 추이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도 신경제에 돌입했다는 성급한 진단을 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3·4분기부터 이상 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임금상승률은 급상승하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급락하였다. 다시 인플레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때 맞추어 나타난 경기정점 논란이 더욱 힘을 얻고 있으며 ‘개혁 피로’ 라는 이름으로 그 원인을 규명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경기정점을 논하기 전에 우리의 생산성과 임금에 대하여 좀 더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미국과 통계적 단순 비교를 통해서 신경제를 운운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개혁을 놓고, 1998년 마이너스 성장으로부터 99년에는 기술적 반등이라고 볼 수 있는 고성장, 즉 어줍지 않은 결과를 놓고 자기만족에 빠져서도 안된다.

우리 생산성의 수직상승은 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유휴노동력을 퇴출시킴으로써 통계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며 기술의 발전으로 나타난 결과는 아니다.

즉 기업의 비효율성을 효율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시장경제체제의 비효율성을 제거시킨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신경제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단계에까지 이르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지금 생산성 증가율이 저하되고 있는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는 사람 잘라서 기업의 이윤을 배가시킨 것이고 결국 통계적으로 생산성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자를 사람은 다 자른 상태에서 즉 인력조정이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에서 또 다른 모멘텀이 없이는 더 이상 생산성이 증가할 여지는 없다. 기술개발이거나 아니면 시장경제체제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것이 모멘텀에 해당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로 생산성 증대이며 또한 신경제라고 할 것이다. 기술개발이라고 하는 것이 말이 쉽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의 효율성은 우리가 노력하기에 달렸다. 물론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의 정보통신기술은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는 아니해도 상당히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장경제는 너무나 경직되어 있고 많은 경우에 시장의 힘보다는 우격다짐, 배짱과 경제외적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정부는 또 이를 받아주고 있다.

이렇게 경직된 시장에서는 미국 통신기술을 그대로 우리경제에 접목시킨다고 해도 결코 신경제를 이룩할수는 없다.

우리는 시장의 유연성이 무엇을 의미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시장의 유연성을 확립시킬 때 더 이상의 경기정점 논의는 필요가 없게 되지 아니할까 생각된다. 최소한 10년은 탄탄대로가 아니겠는가.

/한성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