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상속 조사등 국세청 고삐…현금확보 비상정부당국의 재벌개혁 채찍이 예상외로 거세자 4대 그룹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 LG SK는 현대를 향했던 개혁 칼날이 언제든지 자신들을 겨냥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0대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져오던 정부 당국의 재벌정책이 올해 상반기를 넘기면서 4대 재벌로 좁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부터 4대 그룹 36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두달동안 부당내부 거래 조사에 착수한 것은 단적인 예다.
12개 계열사가 지목된 삼성의 경우 이날 공정위 조사국 요원들이 삼성종합화학으로 현장조사를 나와 실사를 벌였다. 현대 LG SK에도 1~2개 계열사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또 재벌 위장 계열사에 대한 계좌추적권을 신설하고, 다음달부터는 구조조정본부의 월권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작정이다.
국세청도 최근 재벌 2,3세에 대한 변칙상속·증여혐의를 조사, 현대 삼성 오너 일가의 관련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각부처가 전방위 압박을 통해 올해말까지 재벌개혁의 대미를 마무리짓겠다는 태세다.
정부 당국의 이같은 압박은 4대 재벌이 30대 재벌 자산총액의 57.6%, 매출총액의 68.2%, 당기순익의 83.3%(99년말 기준)를 차지,‘재벌=4대 재벌’이라는 새로운 등식이 나오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금시장 상황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삼성은 9~12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만 2조8,000여억원에 달하고, LG도 이와 비슷한 규모다. 특히 12월에 회사채 만기물량이 몰려 있어 현금흐름이 ‘미스 매칭’될 경우 급작스런 신용경색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4대 그룹들은 신규투자 확대를 자제하면서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자금팀에 이미 비상령이 떨어진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아직도 구조조정 비용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과 LG는 그룹 오너를 둘러싼 논란으로 자신들이 현대 다음의 개혁 표적이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씨에 대한 변칙상속 의혹으로, LG는 구본무(具本茂)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상장사 주식 고가매입 시비 등 약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최근들어 부실 대기업에 대한 봐주기식 정책이 ‘제2의 대우사태’로 귀결될 지 모른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발령되고 있는 것도 4대 재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