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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남북문화교류 '한건주의'자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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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남북문화교류 '한건주의'자제를

입력
200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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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 속에 남북관계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산가족의 상봉, 경의선 철로의 복구, 개성의 개방, 관광 교류, 직항로 개설, 노동당 규약 개정 등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봇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진보적인 입장에서 대북관계를 논의하던 사람들조차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어 혼란스러워 할 정도이다.이러한 때 남북의 문화 교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지만 지금보다 훨씬 발전적으로 전개되리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동안의 남북 문화교류는 대단히 복잡한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주도한 사람들은 특별한 사연으로 대북 사업에 뛰어든 개인이거나 반정부적 입장을 가진 재야단체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일본이나 미국이나 중국을 통해 북측과 연결되는 복잡한 인맥과 접촉하는 데 지치고, 남측의 통일부 및 안기부 등과 연결되는 복잡한 사업허가 경로를 익히는 데 수개월 또는 수년의 세월을 허비했다.

그렇게 해서 벌인 사업은 때로 그들에게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그런 사업을 끈질기게 벌인 이유는 나름대로 통일에 기여하겠다는 신념과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방식의 교류 사업도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모든 교류의 중심점은 정부로 넘겨지고 있다. 많은 일들이 정부의 공식 대화 창구를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제 비로소 남북 관계는 서서히 정상적인 관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민간의 상호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이 민간으로 이루어진 남측의 문화인들과 전적으로 정부의 보호하에 있는 북측 문화인들의 격차를 정확히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남쪽에서는 교류의 가능성이 커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기획서를 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로 벌어진 사업의 결과는 아직까지 미미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경쟁적으로 달아오르는 무분별한 대북 접촉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하나 하나의 사업을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 가고 양측의 국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시켜 나가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는 문화교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 사업의 인허가, 문화교류를 위한 운송 수단, 통신 수단, 관계 인사의 접촉 등 그동안 양쪽에서 절대 금기시해 왔던 사항에 대해 원칙과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좀더 개방적이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접촉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승인과정에서 부실한 계획이나사업의 추진으로 양측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신뢰감에 심각한 상처를 주거나, 한쪽에 일방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사업 등에 대해 세심하고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문화교류는 무엇보다 통일의 정서적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가면서 속물적 상업주의나 화제성 사업으로 유명세를 노리는 한건주의, 체제우월을 뽐내는 경쟁주의, 도에 넘치는 동정주의, 극단적인 좌경주의 등을 분별해 낼 일이다.

그와 함께 교류의 내용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필요하다. 공연단의 교류도 중요한 사업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류의 기초를 다지는 사업들이다.

50년간 단절된 남북한 문화예술 관계자료의 개방과 교환, 세미나나 워크숍 등을 통한 전문가들의 친목과 인적 정보의 구축,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상호 방문을 통한 현지 이해와 적응, 전통문화의 공동 발굴과 보존, 예술 교육 프로그램의 공동 개발 등 단절과 왜곡의 비극을 기초에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공연교류도 정상적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김명곤 국립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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