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외래 치료를 받고 있는 간경변 환자다. 며칠전 의사의 알부민 주사 처방전을 갖고 인근 약국에 주사제를 사러갔다. 그런데 약국에서는 의사가 처방한 N제약의 알부민 주사제가 없다며 D제약의 알부민 주사제를 가져가라고 했다. 만약 부작용이 생기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지, 대체조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 지, 또 그 범위는 어떻게 결정되는 지 알고 싶다./윤도영·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대체조제 규정 대체조제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은 의사들이나 약사들이나 인정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약분업은 각 시·군·구에 의사 3명, 약사 3명, 치과의사 1명, 의약품 도매업자 1명, 건강보험관리공단 관계자 1명, 해당 지자체와 보건소장이 각각 추천하는 1인 등 11명으로 구성되는 지역의약협력위원회를 두고 상용처방 의약품 600종 안팎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의사가 처방한 약이 여기서 벗어날 경우 약사가 환자에게 알리고 의사에게 통보를 한 후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란과 문제점 대체조제를 환자가 안심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체조제 약품이 의사가 처방해 준 약품과 효능이 같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현재 약품 동등성 평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하고 있는데 식약청 약효약리과 양지만과장은 “이는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비교용출시험으로 정확도는 100%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의 견해는 다르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측은 “비교 용출 시험이란 약품을 위액 등 용출액에 녹여 녹아내리는 속도가 같으면 약효가 같은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인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험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생물학적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 발생시 책임소재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피해를 당한 환자는 의사나 약사, 아니면 정부 가운데 과연 어느 쪽에 보상을 청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규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와 함께 병원이나 약국의 특성을 무시하고 상용처방의약품을 시·군·구를 단위로 해서 일률적으로 600종 내외에서 결정하게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대형종합병원이 처방하는 약품의 종류수와 개인병원에서 처방하는 종류수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에도 일률적으로 수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병원 인근 D약국은 하루에 대여섯번은 처방전에 나와 있는 약이 없어 환자들을 그냥 돌려보낸다고 전했다.
☞개선방향 대체조제 약품의 약효 동등성에 대한 이견과 불신은 결국 판정 기준과 실험방식 등에 관한 정부와 의약계의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해소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와 관련 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공동 약효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대체조제 약화사고의 책임소재 논란도 이 연장선상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내과 전공의 이해영씨는 “책임문제의 본질은 약효 동등성에 대한 의사와 환자들의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인 만큼 보다 분명한 약효 동등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용의약품 종류수에 대한 획일적 규정과 관련, 계명대 조병희 교수(의료사회학)는 “600종 내외로 한다는 규정은 동네약국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종합병원 앞 약국은 상용의약품의 종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의사와 약사가 서로를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두 축이라는 믿음을 가질 때만 의약분업은 성공할 수 있다”며 “의사들은 폐업을 풀고 협상에 임해 제도적 보완을 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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