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을 오래도록…" 녹음하고 비디오 찍고개별상봉이 이뤄진 16일 서울 워커힐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에서는 반세기만의 상봉을 기념하는 다양한 가족 이벤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상봉가족들은 부모형제의 노래와 육성을 녹음하고 비디오를 찍는가 하면, 제사와 생일잔치 등을 통해 이산의 한을 달랬다.
아나운서 이지연(53·여)씨는 이날 북 인민공훈배우인 오빠 이래성(68)씨의 노래를 녹음했다. 노래실력이 수준급인 래성씨는 평소 즐겨부르던 ‘베사메무초’와 ‘남쪽나라 십자성’‘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3곡을 즉석에서 불렀고 가족들과 녹음테이프를 나눠가졌다.
북의 맏형 오경수(72)씨를 만나는 동생 병수(48)씨는 그리운 형님의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캠코더 2대를 준비, 조카 창규(45·광주 MBC 프로듀서)씨의 도움을 받아 가족들의 표정을 일일이 테이프에 담았다. 병규씨는 “형님에게 이 비디오테이프도 이별선물로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50년간 수절한 부인 이춘자(71)씨와 해후한 이복연(76)씨는 16일 오후 워커힐호텔에서 남에서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부모님 등 4분의 합동 제사를 지냈다. 아들 지걸(55)씨는 “아버님이 안 계시는 동안 제주(祭主)없는 반쪽제사를 지냈는데 이제야 조부모님께 면목이 선다”고 울먹였다.
위암 투병중인 이덕만(87) 할머니는 17일 생전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장남 안순환(65)씨의 생일잔치를 열기로 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순환이 생일이 19일이고 17일이 차남 문환(56)이의 생일이니 케이크와 음식을 준비해 가족잔치를 벌이자”고 주문, 50년만의 생일연을 갖게 됐다.
큰아버지 이동섭(65)씨를 상봉한 홍대 미대생 이아름(24)씨는 가족상봉 장면과 큰아버지의 초상을 화폭에 담기로 했다.
한편 북을 방문한 최태현(69)씨는 부인 백택용(72)씨에게 금가락지를 끼워주며 50년만의 언약식을 치렀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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