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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統獨의 아버지'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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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統獨의 아버지' 콜

입력
200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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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10주년 기념식에 비자금 파문때문에 불참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독일인의 최대 축제인 통독 기념행사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재임중인 1990년 통일을 이룩하면서 '독일통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콜 전 총리는 10월 3일 옛 동독지역 작센주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통독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비자금 파문으로 한창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마당에 공식석상에 나타나 추문이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을 피해보자는 뜻에서다.

행사를 주관하는 쿠르트 비덴코프 작센주 총리 겸 상원의장(기민당)에게도 "통일 10주년 행사가 정치에서 벗어나 품위있게 치러지게 하기 위해 불참한다”는 서한을 14일 보냈다.

그러나 통일의 주인공이 통일 행사장 불참을 결심하기까지는 다소 섭섭한 사연이 있다.

비덴코프 주총리가 콜을 기념식에 초청했으나, 연설자가 아닌 '손님’으로 그를 부른 게 발단이 됐다.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연설자 명단에 올리려다 스캔들을 의식, 동독의 처음이자 유일한 '민주총리’ 로타르 드 메지에르를 대타로 내세운 것이다.

말 한마디 못하게 하고 행사장 한 자리에 앉아만 있으라는 것은 아무리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콜이지만 용납할 수 없는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야당인 기민·기사당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행사를 보이콧하겠다는 울분을 토해냈다.

특히 폴커 뤼에 기민당 부당수는 "메지에르로 인해 콜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며 기념식에 같이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엄연한 역사적 치적인 통일과 스캔들은 별개이기 때문에 그의 업적은 공정하게 평가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치권에서조차 통일 10주년 기념식 연설자에서 콜을 배제시킨 것은 심한 처사라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4월 70회 생일을 맞아 성대하게 계획했던 축하연마저 스캔들 파문으로 취소해야 했던 콜이어서 2000년은 그에게 이래저래 가장 우울한 해가 됐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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