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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캐릭터/ "우리 남편도 저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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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캐릭터/ "우리 남편도 저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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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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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좋은걸 어떡해'의 강치성좋은 일일드라마는 젊은이들의 사랑놀음에만 매달리지 않고 중·장년을 배려한다.

물론 이따금 양념처럼 얼굴만 비치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30%에 가까운 시청률로 일일드라마로서는 근래에 드물게 주간시청률 3위(AC닐슨, 8월 7~13일)인 KBS ‘좋은걸 어떡해’의 강치성(주현)은 “우리 남편도 저랬으면”하고 안방극장의 여심을 설레이게 하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미덕이다.

“다른 건 짜증나도 장수 아버지(강치성)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는 게 대부분 주부들의 반응이다.

가족갈등 합리적 해결

독단·무기력 현실극복

이혼녀(수경, 정선경)와 총각 의사(장수, 정보석) 의 결혼, 당연히 남자측 부모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몸져 누울 정도로 강하게 반대하는 아내(김자옥)와 절연(絶緣)까지 각오하고 어머니를 이기려는 아들. 강치성은 아들을 이렇게 타이른다.

“그 태도는 틀렸다. 가장이라는 사람은 가족의 생각을 모두 헤아려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너는 가장이 될 자격이 없다.”

부모라면 누구나 꺼릴 만한 결혼, 그렇지만 그의 반대는 ‘내 아들이 어떻게…’하는 식의 무조건적이고 감정적인 반발이 아니다.

대기업 전무라는 극중 직업에 걸맞게 결혼이 아들의 사회생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현실감각이 담겼다.

그러나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음을 일찌감치 깨닫고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가족간의 조화를 끌어낸다.

이 드라마는 사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설득력 없는데다 결혼과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태도로 많은 시청자들을 화나게 했다.

그나마 ‘결혼 반대’라는 첨예한 국면에서 찬반의 유치한 이분법으로 쏠리지 않는 강치성의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카리스마가 유일하게 ‘가족드라마’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둘이 가정을 이루게 된 만큼, 그의 가장(家長)수업은 드라마에서 더욱 비중이 커질 듯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나 가족들에게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 혹은 바깥에서 무력하다는 생각에 안에서도 눈치만 보는 무력한 아버지.

작가 최윤정씨는 이 답답한 현실의 아버지들을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강치성은 이상형일 뿐 현실에서 모델을 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권위가 있되 설득력을 갖춰야 하고 섬세하되 무력하지 않아야 하는, 이시대 가장 노릇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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