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방문단 말...말...말...“불과 1시간이면 올 수 있는 길을 50년 동안 빙빙 돌아왔다” “서울은 복잡하고 공해가 심한 것 같다”
15일 서울에 도착한 북측 방문단 일행은 반세기 동안 가슴깊이 간직했던 말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들은 가족 상봉을 앞둔 흥분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정치적인 얘기는 피하는 대신 남북단결을 강조하는 말을 되풀이했다.
5자녀를 남에 두고 월북했던 류미영 단장은 도착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 떠난지 23년만에 다시 오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항상 단합과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봉두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귀빈실로 이동하면서 “두 정상이 역사에 기록될 만한 큰 일을 했다”고 운을 떼자 유 단장은 “위대한 수령 김정일(金正日) 지도자 동지가 큰 결단을 했다”고 답했다. 류 단장은 쉐라톤워커힐호텔로 이동하면서 기자들에게 “지금 기분이 아주 좋다”고 말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승철 부단장은 “1시간 걸렸죠.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봉 부총재의 첫 인사에 “앞으로 빨라질 것입니다”라고 화답했다. 최 부단장은 이어 장충식(張忠植) 남측 단장의 종교에 대해 묻기도 했다.
TV아나운서 이지연씨의 오빠 리래성씨는 “이토록 가까운 길을 50년 동안 기다려 이렇게 멀리 돌아 왔다”고 소감을 밝혀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 아나운서를 아느냐는 물음에는 “누님 이점순을 만나러 왔다”고 대답, 동생 이 아나운서를 모르고 있는 듯했다.
김일성대 교수 조주경씨는 기자단이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고 묻자 “어머니를 만나러 왔는데 참으로 보고 싶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어머니께 할 첫말을 해달라는 요청에 “만난 다음에 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강영원씨는 무엇을 가져 왔느냐는 질문에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왔수다. 가족들이 보고 싶었수다”라고 대답했다.
특히 황종태씨는 “서울은 복잡하고 공해가 심한 것 같다. 기자양반도 평양에 한 번 와 보면 평양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북측 방문단은 김포공항에서 서면으로 발표한 도착성명을 통해 “굳게 얼어 붙었던 대결과 분열의 장벽은 이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며 “방문단 일행을 따뜻이 맞이해 주고 있는 서울시민과 남측 적십자 관계자들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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