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돼 만났구려...여보"“…여보!”
북의 남편 김희영(72)씨를 만난 남쪽의 정춘자(鄭春子·72)씨는 이 한마디를 외치고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생이별, 어쩔 수 없었던 재혼 그리고 또다른 사별로 괴로워하며 밤을 지샜던 질곡의 세월이 원망스러운듯 눈물만을 흘렸다. 그리던 남편을 앞에 두고도 고개를 떨군 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이윽고 20대 청년에서 백발의 노인으로 돌아온 남편 김씨가 아내를 안아주며 말문을 열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아내의 손을 꼭 감싸안은 김씨는 “누구를 탓하겠어…세월탓이지”라고 위로하려 애썼다. 오히려 장씨에게 개가한 뒤의 안부를 물어보는 등 변하지 않은 정을 감추지 않았다.
남편에게 보이려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아내는 2시간 내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50년의 한을 다소나마 푼듯 가끔 얼굴을 들어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씨는 자신보다 머리가 더 하얗게 새어버린 아들 상교(53)씨를 끌어안고 “세살배기가 이젠 노인이구나. 미안하다, 이 애비를 용서해라”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쳤다.
‘사진 속 아버지’만을 기억하던 상교씨는 아버지의 마른 손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손자 수호(23)씨도 눈물로 범벅이 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어깨를 끌어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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