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1시 45분께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한지 45분만에 북한 순안공항에 도착한 151명의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고려호텔에서 단체 상봉의 감격을 맛본 데 이어 가족이 빠진 상태에서 북측이 초청한 만찬에 참석했다.남측 상봉단을 태운 북한 고려항공 IL-62기는 예정시간보다 5분여 빠르게 소나기로 촉촉히 젖은 순안공항 활주로에 내려 앉았다.
만찬
이날 오후 8시부터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북한적십자사 초청 만찬은 장재언(張在彦) 북한적십자 중앙위원회 위원장의 환영인사와 건배제의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장위원장은 만찬사에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사업은 남북 정상회담의 숭고한 정신에 따른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우리측 대표단장인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 총재는 답사에서 “이번 사업은 분단과 갈등의 과거를 청산하고 통일과 화합의 새로운 민족사를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메뉴는 고기종합보쌈, 쉬움떡(일명 술떡 혹은 기지떡), 메추리알국, 볶음밥, 닭강냉이즙, 칠색 송어구이 등이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흥분과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으나 가족들이 빠져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북측 안내원들은 인삼술, 들쭉술, 붉은포도술 등을 자주 권했고 식사도중엔 ‘반갑습니다’‘아리랑’‘나의 살던 고향은’등 낯익은 음악들이 연주됐다.
평양 상봉에는 노동신문, 조선중앙 TV, 민주조선, 평양신문등 북측 20여개 언론사 1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외신은 중국의 신화사, 인민일보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등이 취재했다.
순안공항에서 고려호텔까지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는 장재언 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비롯, 최윤식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조춘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등이 마중 나왔다. 장위원장은 “잘 오셨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상봉단은 7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고려호텔로 향했다. 공항과 평양거리에는 별다른 환영 현수막은 없었으나 도로변 시민들은 손을 흔들어 환영했다.
“고향 사람들이여, 드디어 제가 돌아왔습니다” 공항에서 숙소인 고려호텔로 가는 버스 안은 기쁨과 반가움에 들뜬 이산가족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스무살까지 평양에 살았던 장정희(62·서울 양천구)씨는 평양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평양 중심가를 지나면서 환영하는 시민들이 점점 많아지자 버스 안에서는 곳곳에서 울움이 터졌다. 인도에는 자전거를 탄 행인들과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젊은 어머니들의 모습도 보였다.
기내표정
서울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려항공 기내에서 북측 승무원들은 시종일관 밝은 웃음으로 남측 손님들을 맞이했고 신덕샘물과 용성맥주를 비롯, 음료수를 따라주는등 서비스에 만전을 기했다.
비행기가 김포공항을 이륙하자 여승무원은 기내 방송을 통해 “남측 방문단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모시겠다”면서 “편안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북측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한 이산가족은 “남한땅과 다름없는 모양새”라며 감회에 젖었다.
“곧 평양에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오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고 창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평양 시내를 보느라 고개를 내밀었다.
/평양=공동취재단
■고려항공 승무원 류혜영씨
"55년만의 南손님 반갑습네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남측 손님인 이산가족 교환방문단 151명을 태우고 이륙한 고려항공 안내원(승무원) 류혜영(27)씨는 “분열된지 55년만에 남쪽 손님들을 태우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류씨는 승무원 경력이 6년째로 이번 이산가족들을 태운 고려항공 IL62M편 여성 안내원중 최고참이다.
_분단후 처음으로 남쪽 손님들을 태우게 된 소감은.
“분열된 지 55년만에 우리 북으로 가는 손님들을 만나게 돼 반갑다. 우리가 오면서도 느꼈는데 우리가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통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게 소원이다.”
_승무원은 모두 몇명인가.
“16명이다.”
_앞으로도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나.
“통일이 되면 우리가 자연히 서로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_고려항공의 기내 서비스는 주로 어떤 게 있나.
“국제와 국내가 다른데 국내는 시간이 짧아 별로 봉사하지 못했다. 물(水)과 약간의 다과만 봉사했다. 베이징(北京) 등 국제 정기항로에서는 더 많이 봉사하고 있다.”
_평양 자랑을 한마디만 해달라.
“평양은 아름다운 도시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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