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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상봉/ "50년 피눈물 이젠 닦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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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상봉/ "50년 피눈물 이젠 닦아줘야"

입력
200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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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TV서 눈 못떼고 함께 감격만나지 않았던 사람들도 기쁨과 아픔을 함께했다. 15일 하루 만큼은 전국에서 지역, 계층, 세대의 구분과 갈등이 사라졌다. 한 민족, 한핏줄이면 그것으로 족했다.

온 국민의 눈과 귀는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의 일거수일투족에 맞춰졌다. 대부분 가족이 TV 앞에서 하루를 보낸 탓에 서울시내 도로는 눈에 띄게 한가했다. 서울역과 고속버스 터미널 등의 대합실 TV 앞에 선 시민들은‘각본없는 드라마’에서 물기어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상봉 장면을 지켜본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이종원(李鍾園·37)씨는“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만남이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그들의 피맺혔을 50년 삶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며왔다”고 말했다.

서울역 대합실 TV 앞을 뜨지 못하고 있던 백형애(28·여·회사원)씨는 “가족들이 와락 부둥켜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며 “주위의 어느 누구 하나 태연한 이가 없는 것을 보고는 모두가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진료받지 못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던 환자와 보호자들도 이 순간만은 아픔을 잊었다. 서울대병원 로비에 내려와 TV를 지켜본 한 환자는 “비록 성치않은 몸이지만 어떻게 이 역사적인 순간을 놓칠 수 있겠느냐”며 눈시울을 닦았다.

가장 애절하게 지켜본 사람들은 실향민들. 평북 출신 박명대(67·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마치 내가 가족을 만난 것처럼 기쁘다”면서도 “우리가 도대체 왜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살고 있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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