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희망, CBO 너 마저….’채권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 고비’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의 자금난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프라이머리 CBO는 투기등급(‘BB’급 이하) 채권 편입비중이 점차 축소되는 등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증권이 2일 발행했던 1조5,5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는 투기등급 채권을 44% 가량 편입, 비우량 중견기업들의 기대를 잔뜩 부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대우증권이 11일 발행한 4,350억원 규모의 CBO는 투기등급 채권 편입 비중이 20%에 그쳤다.
이달말 현대증권이 발행할 예정인 5,000억원 규모의 CBO도 투기등급 비중이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금시장에서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4조7,000억원 규모의 투기등급 채권 중 프라이머리 CBO(5조원 규모)가 소화해낼 수 있는 물량은 30%에도 못미치는 1조3,000억원 선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채권거래 활성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였던 투신사 비과세펀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치. 비우량채권은 철저히 외면한 채 안정적인 우량기업의 채권만 편입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A’등급 이상의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표금리는 연일 급락하고 있지만, 신용 경색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김성민(金聖民) 채권시장팀장은 “지표금리가 급락하고 있는 것은 비우량채권이 시장에서 거의 거래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로 일부 중견기업 자금난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투자부적격인 ‘BB’급 이하 기업중 코리아데이타시스템이 유일하게 하이일드펀드에 회사채를 편입시켰을 뿐 최근들어 중견기업은 2~3%포인트의 가산금리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발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은행이나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 돈줄이 말라버렸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7일 제3시장 지정기업인 비더블유텍이 쓰러진데 이어 12일에는 꼬까방이 4,200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된 것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부국증권 관계자는 “현대사태의 해결은 중견기업 신용경색에 미치는 영향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허다한 실정에서 어떤 금융기관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채를 인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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