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은 한국의 가장 확실한 메달밭이다. 남녀 모두 세계최강의 기량을 자랑한다. 여자부 간판스타가 김수녕(28·예천군청)이라면 남자부에서는 오교문(28·인천제철)이 대표주자다.오교문은 1994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백전노장이다. 국내외 각종대회를 휩쓸며 항상 1인자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단체전에서 은메달,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오교문은 개인전 금메달 ‘0순위’로 꼽혔지만 준결승에서 페테르손(스웨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무너졌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된 이후 한국 남자양궁은 여자부에 밀려 항상 뒷전이었다.
84년 LA 올림픽 서향순, 88년 서울올림픽 김수녕,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조윤정,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김경욱 등 여자는 4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반면 남자는 이제까지 개인전에서 단 한번도 금을 목에 걸어본 적이 없다.
금메달에 가장 근접했던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때는 당시 고교생이던 정재헌이 결승에 진출했으나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시드니올림픽은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남자팀 코칭스태프들은 자신한다. 오교문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오교문은 4년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만 해도 기복이 심해 안정감이 없었다.
서오석 대표팀 코치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 이후 재기하는 과정에서 남모르는 고통을 겪은 게 오교문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운영 능력은 이제 누구보다 노련하고 침착하다.
1대1 녹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기의 특성상 노련하고 배짱이 있는 선수가 절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171cm, 65kg의 작은 체구에도 오교문은 다른 선수들보다 1~2파운드 무거운 45파운드짜리 강궁을 사용한다.
남자부에서 한국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미셸 프란길리(이탈리아) 등 강적들이 즐비하지만 오교문이 올림픽사상 최초로 양궁 남자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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