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VJ특공대’, ‘병원24시’, ‘현장르포 제3지대’…. 공통점은 모두 KBS의 ‘뜨는’ 교양프로그램이자 KBS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이다.2TV ‘인간극장’(리스프로, 월~금 밤 8시 45분)은 다른 채널의 드라마·뉴스와 맞붙는 힘든 시간대에서도 잔잔하면서도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는 시선으로 방송되는 아이템마다 수십 건의 재방 요청이 올라오는 등 마니아그룹이 생겨나고 있다.
역시 5월에 신설된 1TV ‘VJ특공대’(허브넷 등, 금요일 밤 10시) 또한 이색적인 소재와 집요한 취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삶을 정화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극찬을 받는 ‘영상기록 병원 24시’(JRN, 화요일 밤 11시 30분)나 보통 밤 12시 30분이 넘는 시간대에서도 5% 이상의 고정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현장프로 제 3지대’는 이미 자리를 굳힌 외주 프로그램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철저한 다큐 정신으로 만들어진다. 6㎜ 프로그램의 특성상보통 PD와 카메라맨 두 명만이 취재 대상에 밀착하여 일상사를 같이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제작 공정은 단순한 대신 혹독한 고초를 요구하는, 산업으로 치면 1차산업에 가까운 영역이다. 따라서 이런 프로그램들의 성공은 어찌보면 ‘다큐는 헝그리 정신에서 나온다’는 방송가 속설을 입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KBS의 한 PD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방만한 조직과 느슨한 정신에서는 당연히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러한 호응은 최근 시청자 단체로부터 잇단 지적을 받고 있는 자사 교양프로그램의 느슨한 타성과 대조적이다.
유일한 경제전문 프로그램인 ‘경제전망대’는 ‘정보’만 있고 ‘전망’이 없으며, 단순한 신기술 홍보성 아이템이 거슬리고(경실련 미디어워치), 생활뉴스를 표방한 ‘뉴스투데이’는 정보력과 속보성이 떨어지는 기획물과 볼거리 중심의 흥미 유발을 위한 소재선정(매비우스)이 지적됐다.
게다가 ‘추적 60분’은 ‘시사고발’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일요·역사·환경스페셜 등 ‘3대 스페셜’ 또한 막대한 제작 인력과 지원에 비해 이렇다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품질관리를 위해 다작(多作)을 지양하고, 한두 프로그램에 회사의 명운을 거는 이들 외주 프로그램의 성공은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바뀌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삶을 꾸밈없고 진지하게 담아내는 시선, 그리고 사회적 성역에 대한 도전적인 탐사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계도로는 더 이상 ‘교양’의 틀에서 안주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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