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바쁘지 않았습니까?""적은이는 무사합니까?"
50년만에 만난 가족에 대한 감회는 일단 눈물과 포옹으로 표현될 것이다. 그러나 이어 터져나오는 말은 서로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모른다.
부인을 '여보'대신 '동무'너 '동지'로, '안녕하십니까'는 '바쁘지 않느냐' '무사한가'로 쓰는 등 북한에서 쓰이는 가족호칭이나 인사말이 남한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언어의 이질화는 단절된 남북관계 뿐 아니라 체제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배우자를 '동무'로 부르는 것은 부부간의 평등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것. 그러나 '동무'의 어감이 거칠게 들린다고 해 최근에는 존중의 마음을 담은 '동지'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또 다른 사람에게 남편을 지칭할때는 '세대주'라고 하며 집에서 단 둘이 있을 대눈 자녀이름을 따 '누구아버지'식으로도 부른다.
이 밖에도 가족관계 호칭 가운데 생소한 것이 적지 않다. 시동생을 평안도쪽에서는 '적은이', 함경도쪽에서는 '시애끼'라고 부른다. 이모나 고모는 '아제'라고 부르며 형부를 '아저씨', 올케는 '오래미'라고 부른다.
사돈관계를 지칭하는 말에도 차이가 많다. 시부모에 대해서는 시아버지, 시어머니라고 부르지만 장인 장모라는 호칭은 없다. 장인 장모는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가 된다. 가시는 아내의 옛말이다. 이러한 생소한 말은 북한이 한자를 쓰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위를 남한에서처럼 '김서방' '이서방'등으로 부르면 상대방이 펄쩍 뛰게 된다.
서방은 머슴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두벌새끼가 더 귀엽다'는 말은 손주를 예뻐하는 말이다.
계부 계모는 후아버지, 후어머니로 부른다.
이렇게 가족 친척을 부르는 호칭은 다르지만 가족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동일한 듯하다. '아랫목이 뜨뜻해야 웃목도 뜨뜻하다'는 말은 가장 가까운 남편이 아내를 사랑해줘야 먼 친척들한테서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의 속담이다.
'주겠다는 시누보다 달라는 친정이 더 곱다' '시어머니 역정애 개 배때기 찬다''밉다니까 똥통들고 밥타령 한다'등은 시댁식구를 불편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은 북한 속담들이다.
고부갈등을 표현하는 속담이 많은 것은 남북한이 마찬가지인 것.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고 하는 시누를 북한에서는 '가비 밑의 벼룩'이라고 부른다.
가비는 북한 여성들이 입는 속옷 하의. 가비 속에 벼룩이 들었으니 가렵기는 한데 남 앞에서 긁지도 못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김동선기자
dongsun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