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에서 거침없이 쏟아 놓은 ‘말·말·말’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3색으로 갈렸다.한나라당은 14일 표면적으론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적잖이 곤혹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김위원장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비판적 대북 접근 자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파격 일색인데다 딱히 시비의 고리를 걸기 어려운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광복절 기념 행사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9·10월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과 관련, 일체의 유보 조항 없이 “매우 좋은 소식이다. 남북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간다는 기대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총재는 또 북측이 한나라당을 반(反) 통일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운 일이고,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화해와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우리당이) 주장하는 것을 발목 잡기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한구(李漢久) 제2 정조위원장은 “약속대로만 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김위원장의 발언 시기가 현대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김위원장의 구두 약속만 믿고 이쪽 분위기가 들뜨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당은 “남북간 교류·협력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병석(朴炳錫) 대변인은 이날 “남북간 평화 정착 문제가 밀도 있고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며 “한나라당도 비난만 하지 말고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며 우리도 안보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옥두(金玉斗) 총장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정상회담 후속 조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원칙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전략적 변화일 가능성에 경계심을 갖는 분위기였다. 유운영(柳云永) 부대변인은 “개방을 추진하겠다는 김위원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면서도 “종래의 원칙을 일정하게 고수하면서 변화를 시키겠다는 김위원장의 전략적 변화 정책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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