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가거든 내 소식도 좀 전해주소.”이산가족 방북단이 묵고 있는 워커힐호텔이 망향의 그리움을 달래는 제2의 임진각이 됐다. 노령의 실향민들이 불원천리 찾아와 방북단 한사람 한사람을 부여잡고 애끊는 당부를 전하고 있는 것.
함남 북청이 고향인 김철식(87·전북 익산)씨는 15일 오전 같은 고향 출신으로 가족상봉길에 오르는 김각식(金珏式·72·대구 달성군 다사읍)씨를 찾아와 “고향의 경주김씨 집성촌 자체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 집은 어찌됐는지 알아봐달라”며 가족 이름을 적은 메모지를 손에 쥐어주었다.
동생과 형수를 만나러 떠나는 함남 함주 출신 엄수찬(嚴洙贊·72·경기 수원시 팔달구)씨도 ‘고향으로 가는 편지’를 한 아름 받아들었다. 엄씨는 “고향친구들이 줄지어 찾아와 사진과 가족 이름을 적은 쪽지를 잔뜩 안겨줬다”며 “동생의 몸이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약을 챙겨온 선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노모의 사망 소식으로 전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장이윤(張二允·72·부산 진구)씨는 가까운 동향 출신 실향민으로부터 받았다는 ‘평북 용천군 양광면 이력동 이록골, 아버지 김자 택자 선자…’라고 쓰인 메모지를 보여주며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이산의 아픔은 겪어본 사람만 알아. 어떻게든 수소문해 볼 작정이야.”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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