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최신예 전략 핵잠수함인 쿠르스크호(號)가 러시아와 노르웨이 북쪽 바렌츠해(海)에서 침몰했다.러시아는 즉각 구조에 나섰으나 침몰 지점이 해저 100m 이상의 깊이인데다 악천후까지 겹쳐 승무원들의 구조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며 방사능 누출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쿠로예도프 해군 사령관은 쿠르스크호가 13일 바렌츠해에서 훈련 도중 대규모 충돌을 일으켜 침몰했다고 말했으나 "무엇과 충돌했는지 현재로서는 말할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사고 해역에 모든 구조부대가 투입돼 다른 함대로부터 추가 지원은 필요없는 상태"라고 전하고 "유감스럽게도 상황은 매우 어려우며 구조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해군 참모본부는 쿠르스크호가 수심 100m 지점에 침몰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 해역에는 5척의 구조함은 물론 원자력 순양함, 항공모함, 구축함등이 집결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고리 디갈로 러시아 해군 공보실장은 침몰한 핵잠수함에는 핵무기가 탑재돼있지 않으며 방사능 누출도 현재까지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방사능누출예방연구소도 현재까지 방사능 누출이 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핵잠수함이 출동할 때는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이 보통이며 핵추진 잠수함이 손상됐을 경우에는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측 발표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쿠르스크호가 지난 10일부터 실시된 북양함대의 훈련 마지막 날인 13일 세베로모르스크에서 북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곳을 항해하다 고장을 일으켜 침몰했다고 전하고 추진력을 공급하던 2기의 원자로도 이미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침몰 원인에 관한 초기 조사에 참여했던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 잠수함이 뱃머리 부분에서 발생한 폭발로 어뢰실이 침수되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당국이 발표한 침몰 원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사고 잠수함에 승선한 승무원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영국의 제인연감에는 107명까지 탈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116명에서 130명까지 승선 인원을 엇갈리게 보도하고 있다.
크레이그 퀴글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쿠르스크호 침몰 당시 미 해군 정찰함 로열호가 항해중이었지만 미국 함정이 쿠르스크호의 침몰에 연관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사고해역에 미국 잠수함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퀴글리 대변인은 러시아로부터 쿠르스크의 구조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적도 없으며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침몰 잠수함 구조장비가 쿠르스크호에 부합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침몰 잠수함의 해치에 접속해 선원들을 구조할 수 있는 구조장비 2대를 보유하고 있다.
CNN 방송은 샌디 버거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의 구조활동을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으나 이바노프 서기는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침몰한 쿠르스크호는 서방 진영에서 '오스카'급으로 알려진 949급 최신예 전략핵잠수함으로 항공모함 추적 및 격침용이다. 이 잠수함은 1994년 건조돼 이듬해 취역했으며 최대 24기의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하고 최저 수심 500m로 120일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바렌츠해는 러시아 북서부 해안과 노르웨이 북단 사이의 해역으로 북극해의 일부이다.
러시아 잠수함부대는 10년 전에 비해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로 그나마 재원부족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난 수 년간 잦은 사고를 일으켜 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일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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