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핵 군축을 단행하는 대신 재래식군을 강화키로 결정, 세계 핵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1일 군개혁을 위한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군사예산을 핵군에서 재래식군으로 재배정키로 결정했다고 아나톨리 코르누코프 공군사령관이 12일 밝혔다.
이날 회의 내용은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5년간 보유 핵탄두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 허용범위인 3,500기의 절반 이하인 1,500기로 감축하고 전략로켓군의 일부를 2002년까지 공군 예하 부대로 편입, 강등시키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번 결정에는 아나톨리 크바쉬닌 참모총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탱크부대 출신인 그는 그동안 '전략핵의 축소는 국가방위 포기’라며 핵전력 강화를 주장한 전략로켓군 출신의 이고르 세르게예프 국방장관과 갈등을 보여왔다.
하지만 핵 군축은 예산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과 핵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경제난으로 핵전력의 핵심인 미사일 개발에 한계를 보여왔다.
여기에다 지난 20년간 체첸전쟁 등 3개의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재래식 전력마저 허점을 노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드는 핵군을 감축, 그 예산으로 재래식 전력을 확충하는 전략 수정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지난해 보다 8,000만 달러 많은 45억달러의 국방비를 승인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 강조가 전략무기 우선 정책의 포기로 단정하긴 곤란하다.
미국과의 추가 핵무기 감축협상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개정 협정의 진척 여부에 따라 전략핵의 비중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현재 진행중인 STARTⅢ 협상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크게 상회한 2,000개의 핵탄두 보유를 고집하고 있으며 사실상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을 강행할 태세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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