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폐업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행동으로 분출되고 있다.시민단체들이 ‘국민건강권 수호와 의료계 폐업 철회를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를 결성하고 행동에 나서는가 하면 사이버 공간에는 폐업을 비난하는 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시민 행동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YMCA 등 25개 시민단체는 12일 범국민대책회의를 발족시키고 ‘시민규탄대회’를 연 데 이어 16일에는 대한의사협회와 각 시·도의사회 앞에서 일제히 항의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책회의는 “정부의 무능과,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의료계의 무책임한 이기적 행위는 국민이 인내하고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환자의 비명과 고통을 외면하고 집단폐업을 지속한다면 시민의 힘으로 종식시키겠다는 것을 엄중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대책회의는 곧 원고인단을 모집, 집단폐업으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정부와 의협, 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특히 상점과 택시, 버스, 건물 등에 폐업철회 촉구 스티커와 현수막 붙이기 매일 낮 12시 자동차 경적 울리기 등을 행동요령으로 제시, 동참을 촉구했다.
사이버 공간 움직임 사이버 공간에 의료계 파업을 비난하는 글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의협 인터넷 홈페이지(www.kma.org)가 13일 해킹당했다. 홈페이지 초기화면은 이날 0시께부터 ‘Red Club’이라는 필명의 해커가 올린 ‘호소문’ 화면으로 바뀌어 오전 내내 복구되지 않았다. 이 해커는 “당신들이 정말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들은 아파서 시름하는 국민들을 외면한 채 돈이라는 물질적 이기주의에 휩싸여 국민들을 희롱하고 있습니다”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계속 당신들이 돈돈돈을 위해 국민을 외면한다면 해커들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글을 보시는 해커분들은 의사 관련 모든 사이트를 해킹해 주셨으면 한다”고 ‘사이버 테러’까지 촉구했다. 한편 12일 부산에서는 건강검진을 받으려던 선원(51)이 가는 병원마다 폐업을 이유로 거부당하자 홧김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분노의 소리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국장은 “사회 특권층으로서 얼마나 부족해서 이 난리를 치는지 솔직히 허탈하다”며 “정부도 노동자들이 오래 싸울 때는 꿈쩍도 않다가 의사가 하니까 이것저것 풀어주는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은행원 이주현(李周鉉·29)씨는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며 “의사들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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