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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열정앞에 핸디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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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열정앞에 핸디캡은 없다

입력
200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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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PGA골퍼 중 유일하게 카트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케이시 마틴(27)뿐이다. PGA투어 데뷔전인 올 1월의 밥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라운드 내내 취재기자들이 그를 따라다녔다. ‘클리펠-트레노니-웨버 증후군’이라는 일종의 혈액순환장애로 오른쪽 다리를 거의 쓸 수 없는 마틴이 전년도 챔피언 데이비드 듀발 등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1995년에 프로로 데뷔한 마틴은 샷을 할 때는 서서 하지만 홀을 이동할 때는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카트를 이용해야 했다. 담당의사들이 마틴에게 다리를 절단할 것을 권유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정신력과 끝없는 훈련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데뷔 3년만인 1998년 PGA투어 2부리그인 나이키투어 레이크랜드 클래식에서 생애 처음 우승한 데 이어 그 해 US오픈서 예선을 통과, 공동 23위에 올라 골프팬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해에는 나이키투어 상금랭킹 14위를 기록, 15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시즌 PGA투어 출전티켓을 따냈다.

암에 걸려 왼쪽 다리 일부분을 잘라낸 재미동포 제임스 명(18)군은 미국 아마추어 골프의 유망주로 부상하고 있다. 고교 3학년인 그는 한쪽 다리로 걷고 스윙하지만 자세가 부드럽고 우아하며 균형이 잡혀 정상적인 선수들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이민와 11살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을 드나들면서 클럽을 잡은 명군은 15살 때 왼쪽 발목에 혹같은 것이 생긴 사실을 처음 알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천부적인 자질과 꾸준한 연습으로 캘리포니아 남부의 출중한 선수들과 각종 대회에서 자웅을 겨뤘다.

그러나 발목의 혹이 악성종양으로 판명돼 결국 왼쪽 무릎아래 몇 인치를 잘라내고 의족을 댔다. 9개월 뒤 통증이 사라지자 다시 골프채를 잡은 그는 현재 골프 명문대학들로부터 입학제의를 받아놓고 있다. 그는 “암으로 다리를 절단한 사람이 아닌 한 명의 정상인으로 봐주길 바란다”며 골프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핸디캡이 인정되는 골프에서 신체적인 핸디캡은 통하지 않는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케 하기 때문이다.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한 골퍼의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정상의 신체조건을 갖추고도 보기 플레이도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진짜 핸디캡은 바로 열정 부족이다. 골프에 대한 열정 없이 골프 잘 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편집국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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