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모서리는 각이 보이지 않고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그러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일이란 없나보다. 송 자(宋 梓) 교육부장관이 명지대 총장 시절인 1998년 3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취임한 이후 이 회사 주식(실권주) 5,600여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배정받아 10억원 이상의 장부상 이득을 보았다는 사실(본보 12일자 26면 보도)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밝혀졌다.
사외이사가 무엇 하는 직책이고 그들에게 실권주 배정이라는 사실상의 특혜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현 법제도 하에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본인의 도덕성밖에 없다.
이 문제가 특히 당혹스러운 까닭은 한때 이중국적을 가졌다거나 교육부장관에 걸맞지 않게 자녀를 줄곧 미국에서 키웠다는 비난성 지적이 사그라들 만한 마당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1주일 전 취임식에서 “착하고 똑똑한 사람 만드는 것이 교육입니다. 이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됩니다”라고 강조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국제경쟁력 운운하기에 앞서 법과 규칙과 양심을 지키고 이웃과 더불어 살 줄 아는 품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 고교1년 여학생은 한국일보에 기고한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세요’라는 글에서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어른, 원조교제를 하는 어른 등 이 사회를 썩게 만드는 기성세대의 작태를 통렬히 고발했다.
이 학생은 송 장관의 주식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송 장관은 문제가 제기된 지 사흘이 지난 13일 현재까지도 “사외이사직은 사임했다”는 답변 외에 경위 등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소박한 의문에 솔직한 답변을 할 때다.
이광일사회부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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