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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사연/ 서울오는 北무용가 김옥배씨 노모의 '피맺힌 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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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사연/ 서울오는 北무용가 김옥배씨 노모의 '피맺힌 반세기'

입력
200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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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에미노릇을 할 수 있게 돼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6·25 발발 직후 서울 명동 YWCA에 무용실습을 하러 갔다가 실종됐던 16살 짜리 딸. 반세기 동안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 믿고 남몰해 그 딸의 혼수를 준비해온 어머니.

15일 북한의 유명무용가로 성장한 딸 김옥배(金玉培·66)씨를 맞게 되는 홍길순(洪吉順·88·서울 마포구 서교동)씨는 며칠전에야 장롱 깊숙한 곳에 간직해온 꾸러미를 가족 앞에 조심스럽게 펼쳐놓았다. 금가락지와 시계, 목걸이, 투피스 정장 등….

그동안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틈틈이 마련한 딸 옥배의 결혼예물이었다. 거기다 코트와 스웨터, 속옷, 잠옷, 양말, 핸드백, 의약품 등까지.

13일 홍씨는 혼수품과 선물들을 고운 한지포장지에 싸고 또 싸면서 “그 어린 것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습니까. 혼수는 에미가 해주었어야하는 건데…”라고 연신 눈가를 훔쳐냈다. “비록 늦었지만 얼굴도 못본 사위를 위해서도 시계와 코트도 준비했지요”

아들 유광(裕光·57·의학박사)씨는 “죽은 줄만 알았던 누나가 살아 돌아온다니 꿈만 같다”면서 “다만 어머니가 너무 흥분해 쓰러지시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딸 옥배씨는 북한 예술계의 첫 여성박사로 66년 ‘공훈 예술인’ 칭호를 받은 뒤 현재 평양음악무용대학 음악무용연수소 교수로 재직중이며, 어머니 홍씨와 유광씨를 비롯한 동생 셋이 남에 살고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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