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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이정표보고 여행하기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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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이정표보고 여행하기 너무 힘들어요"

입력
200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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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친구들 몇 명이 나와 아내도 볼겸 여름휴가차 서울에 왔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그들끼리 주중에는 지방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오곤했다.한국이 아주 볼 것이 많고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다면서 아주 흡족해했지만 몇 가지 안타까운 점도 지적해 주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행안내소와 교통표지판의 부족. 배낭과 지도만 들고 한국을 두루 돌아본 친구들은 큰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표지판이나 이정표에 영문자 표기가 아예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 같은 지역을 여러번 헤매야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보기엔 한국의 도로교통표지판은 숫자가 부족하진 않은데 질적으로 떨어진다. 많은 한국사람들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피서를 떠난다.

교통혼잡과 체증이 엄청나지만 어느 누구도 국도를 이용해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도로가 좁기도 하지만 지도가 부정확하고 도로표지판이 없기 때문은 혹시 아닐까. 설사 도로표지판이 있다해도 방향이 모호하고 부정확한 경우도 허다하다.

영문표기는 너무 작게 쓰여있어 자동차를 타고 보려면 시속 20㎞로 달려야 겨우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지방도로에는 대도시 방향표지판을 제외하고는 인근도시에 대한 이정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은 외국인에게 몹시 여행하기 힘든 나라인 셈이다.

한국은 ‘세계화’를 외치고 있고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인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여행도 많겠지만 배낭여행자들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들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쯤은 꼭 정비해야 할 것이 바로 이 교통안내표지판이 아닐까.

서울만 해도 지하철은 안내시스템이 아주 잘 돼있지만 버스는 그렇지 못하다. 버스정류장의 안내판 색깔도 모두 다르고 차 배차시각도 들쭉날쭉이다.

버스정류장 안내표시를 통일하는 것은 필수고, 동일한 색깔로 서울의 모든 동이나 구를 큰 도로 기준으로 찾아갈 수 있는 안내판과 약도를 많이 배치한다면 더 좋겠다.

21세기의 도시는 더욱 팽창할 것이다. 교통체증과 사고를 막고 시민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외국인들이 좀더 쉽게 한국에 방문하도록 교통표지판과 안내판은 꼭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화브리스 고띠에·연세대 한국어학당·파리10대학 지리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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