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선정·폭력성 얼마나 바뀌었나장관 한 마디가 수많은 시청자의 말이나 방송심의를 담당하는 방송위원보다 무섭다?
2일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TV의 선정성·폭력성이 용인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고 발언한 이후 방송사의 프로그램 변화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시청자단체와 방송위의 시정 촉구에도 아랑곳 않던 방송 3사가 장관의 발언 직후 문제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내용을 건전하게 바꾸고 있다.
MBC는 3일 출연자의 젖가슴이 드러난 화면을 그대로 방영해 비난을 받았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주영훈의 썸머크래프트’를 폐지했다.
다음날 SBS도 비키니를 입은 여자 연예인과 박수홍, 김진 등 남자 연예인들이 출연해 수영장에서 퀴즈대결을 펼치는 ‘기쁜 우리 토요일’의 ‘사생결단 오서방 대작전’ 코너를 중단했다.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내보내더라도 내용을 건전하게 꾸미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잔인한 격투기나 여성의 가슴 크게 만들기 등 선정적 내용을 방송했던 SBS ‘TV 대발견’은 익사 직전의 구명법 등을 가르쳤다.
야한 영화 촬영 장면, 노출이 심한 의상 차림의 연예인 등을 보여줬던 연예정보프로그램 MBC ‘섹션TV 연예통신’과 SBS ‘한밤의 TV연예’도 야한 장면은 자제하고 있다.
MBC ‘음악캠프’ SBS ‘생방송 인기가요’ 등 가요 프로그램의 변화는 놀랍다. 반쯤 벗은 차림새에 선정적인 춤을 추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
가슴부분만 가리는 탱크탑을 입고 야한 춤을 추는 ‘대시’의 백지영은 배꼽까지 가리는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을 정도다.
연예인 매니저들은 “의상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가요·오락 프로그램 PD들이 박지원 장관의 발언 이후 노출이 심한 옷을 못입게 해 다양한 의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의도적인 카메라 워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노출된 부분이나 여성의 특정부분에 초점을 맞춰 카메라 앵글을 잡던 관행이 사라지고, 얼굴 부분을 클로즈업하거나 신체 전부를 잡아 선정성 시비를 아예 차단하고 있다.
편집 역시 철저하다. 방송사 편집 관계자는 “만의 하나 문제가 될 장면은 과감하게 삭제한 뒤 여러번 반복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편집을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와 시청자 단체들은 이같은 방송사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그러나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눈치는 보지 않으면서, 장관의 의중만 살핀다는 데 기분이 찜찜하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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