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야전병원’의 모습 그대로였다.외래 및 입원진료가 사실상 마비된 이후 응급실로 밀려온 환자들로 인해 58개 병상은 물론, 보호자 대기실과 좁은 통로까지 임시병상으로 가득 들어찼다.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새통을 이룬 응급실 안팎의 병상 사이사이를 잔뜩 지친 표정의 의료진이 힘겹게 헤치고 다녔고, 밖에 임시로 설치해 놓은 야외대기석과 벤치마다에는 역시 지칠대로 지친 보호자들이 멍한 표정으로 앉아 찜통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야외 여기저기에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곤한 잠에 빠져든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용케’ 응급실안 병상을 차지한채 남편을 지키고 있던 K(45·여)씨가 간호사에게 “담당 선생님이 누굽니까?”라고 물었다가 “하루에 세번 바뀌니까 잘 모르겠다. 확인해 봐야한다”는 맥풀린 대답을 들었다. 대다수 병상의 환자카드의 지정의·주치의란은 모두 공백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24명 전공의가 12명씩 하루 2교대, 3명 전문의가 1명씩 하루 3교대로 응급실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나 체력적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의 급환으로 지방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다 지난 7일 통사정 끝에 들어왔다는 L(35)씨는 “워낙 혼잡스러운데다 의사들도 지친 기색이 완연해 ‘부실진료’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놓고 불평할 수는 없는 처지. “이 와중에 여기 한자리 얻은 것만해도 감지덕지해야지, 만에 하나 불이익을 당해 쫓겨날 수도 있어요.” 옆 병상 환자의 보호자가 목소리를 낮춰 L씨에게 ‘충고’했다.
장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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