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온 국민의 비난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볼모로 한 강경 투쟁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내리자면 현단계에서 의료계 내부는 합리적인 투쟁방안을 도출해낼 의사결정구조가 마비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현재 재폐업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한의사협회내 특별기구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다. 또 대형병원의 ‘파업사태’는 1만5,000여명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령탑-의쟁투, 야전부대-전공의’가 폐업사태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 내부에서도 집행부가 와해와 재결성을 거듭하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 이번 전면 재페업은 8일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진들이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의보수가 대폭인상 등을 골자로한 타협안을 내놓은 10일 의협 집행부는 사실상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도 못했다. 상임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성원이 안될 정도로 지리멸렬했기 때문.
반면 의쟁투는 같은 날 중앙위원회를 개최, 정부 대책안 수용거부 등 8가지 결의사항을 내놓고 강경투쟁의 불을 지폈다. 전면 재폐업을 결정한 의협 집행부가 당연히 전면에 나서 의쟁투를 통해 폐업 등 투쟁을 지휘해야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12일 오후5시 중앙대 대운동장에서 열릴 ‘전국의사대회’는 의협 내부의 불협화음이 단적으로 나타난 경우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의쟁투와 전공의(레지던트 및 인턴), 전임의(대학병원 연구강사) 위주로 채워져있다.
행사의 핵심인 ‘지도부 구속 및 수배에 대한 7만의사 입장’ 발표도 의협 집행부가 아닌 주수호(朱秀虎)의쟁투 대변인이 맡도록 되어있다.
의협 통신망에는 ‘상임이사진 사퇴를 요구하자’내용의 글도 속속 올라와 이번 의사대회에서 의협 신·구세력간에 정면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있다.
전공의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보름 가까이 파업을 벌여 전면 재폐업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집행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전공의들은 의료계 전체를 대표하고 보다 강경한 투쟁을 이끌 수 있는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몸이 달은 쪽은 정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협 내부에 대표성 있는 기구가 없어 대화채널을 가동하기 힘들며, 사태가 꼬인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의료계 주변에서는 토요일 전국의사대회에서 의협 집행부 입장표명, 중앙의쟁투 확대개편 등 의협 내부정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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