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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은 多産多死… 초심으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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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은 多産多死… 초심으로 돌아가"

입력
2000.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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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vs 이금용닷컴기업은 몰락하는가.

한때 성장 잠재력이 무한대로 보였던 인터넷 벤처들이 속속 경영난에 빠지고 있고, 벤처캐피탈은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열과 거품이 제거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낙관론도 없지 않지만 업계의 상황진단은 훨씬 심각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영준 회장과 벤처기업협회 이금룡 회장에게 위기론의 실체와 닷컴기업의 활로를 물어보았다.

- 정말로 닷컴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까.

▲김영준= 총론적으론 위기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건 닷컴기업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죠. 미국은 1년에 4,000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4,000개의 벤처기업이 사라집니다.

그렇게 본다면 미국은 매년 대란이고 위기죠. 사실 미국의 벤처투자가들은 벤처의 성공률을 10%미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벤처기업 부도율이 5%미만입니다. 앞으로 벤처기업의 20%만 살아남을 거라는 이야기가 도는데 저는 이것이 선순환(善循環)으로 가는 과정으로 봅니다.

따라서 닷컴기업의 90%가 사라지더라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벤처캐피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141개 벤처캐피탈 대부분이 자금만 있었지 벤처마인드나 전문적 시야를 갖고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거품이 사라지면서 닷컴기업의 옥석이 구분되듯이 벤처캐피탈도 조정기를 거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거품의 피해가 덜 심각한 우리가 미국보다 적은 수업료를 내고 있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이금룡= 글쎄요.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닷컴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자칫 이대로 가다가는 벤처의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인터넷기업협회 회원사의 80%가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벤처투자가들은 단기적인 수익만 바라고 벤처투자를 머니게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의 투자가들은 투자 4∼5년 이후를 내다봅니다. 야후는 지난해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는데 그러기까지 투자자들은 4년을 기다려 줬고, 아마존 같은 경우도 5년이 지난 후 수익성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닷컴기업에게 눈에 보이는 수익모델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는 창조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닷컴기업의 특징을 모르고 하는 얘기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투자가들은 너무 성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벤처캐피탈들이 거품이 한창일 때는 명확한 기준없이 묻지마투자를 하더니 이제 사정이 좀 나빠지니까 아예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김영준= 공감합니다. 투자자들은 닷컴기업에 지금 당장 이익을 내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한창 돈을 벌어들이고 있거나 그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 회사는 벤처캐피탈의 시각에선 투자가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 닷컴 업계나 기업의 내부에도 위기의 원인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금룡= 닷컴 기업가들의 도덕적 해이와 벤처정신의 실종은 문제입니다. 펀드라는 개념이 없어서 투자를 받으면 이 돈을 자기 돈이라고 착각해 사업을 키울 생각은 않고 빌딩 사고 차 바꾸고 룸살롱에서 1,000만원씩 술값으로 날리는 기업인이 일부 있습니다.

이들은 당연히 퇴출돼야죠. 우리 협회에서도 위기론의 원인 중 35%정도를 이런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자인하고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재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닷컴산업은 본래 다산다사(多産多死)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산(多産)부터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기술이나 창의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벤처의 성장력을 담보로 투자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닌 벤처캐피탈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김영준= 거품이 한창일 때는 실력이 없고 비즈니스 모델이 좋지 않은 회사도 투자를 유치하기가 쉬웠습니다. 이렇다 보니 신규 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내부경쟁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이것은 다시 마케팅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익성의 하락을 가져오게 됐죠. 때문에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이 속속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또 닷컴기업인들중에는 재벌의 문어발식 투자를 닮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닷컴기업이 농구단이 왜 필요하고 금고업에는 왜 손을 뻗칩니까.

국경없는 경쟁시대에, 특히 벤처기업은 진검승부를 낼 수 있는 주력부문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1년전쯤에는 단지 인터넷을 잘 안다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기업, 오프라인 기업 모두 인터넷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닷컴산업은 기본적으로 1위만 살아남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거든요.

또 사업이란 종국에는 반드시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명확한 수익모델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닷컴기업들은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금룡= 김회장님이 수익모델을 지적하셨는데,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아이러브스쿨이라는 닷컴회사가 야후에 500억원에 팔린다고 하는데 지금 그 회사에 분명한 수익구조가 있습니까.

야후라는 수많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엄청난 회사가 현재 뾰족한 수익구조도 없는 회사를 인수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이 는 결국 닷컴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판단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몇 년 앞을 내다보는 투자를 한다는 것이고요.

닷컴기업의 수익성을 실물부문의 수익성과 같은 개념으로 판단하면 절대 안됩니다.

▲김영준= 그 정도는 우리도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상당수 닷컴기업이 수익모델하면 배너광고를 먼저 생각하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광고비가 수익의 일정비율 이상을 차지하면 성장성을 높게 보지 않습니다.

-닷컴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은 없습니까.

▲이금룡= 닷컴기업의 활로는 환금성(換金性)에 있습니다. 기업이 투자자에게 투자수익을 올리게 하는 방법은 주식을 코스닥에 상장하든지, M&A를 통해 투자자가 매수청구권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두 가지인데 모두 길이 너무 좁거나 막혀 있습니다.

따라서 가시적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 심사는 바뀌어야 하고 기준도 완화해야 합니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닷컴 기업은 골드뱅크 다음 네띠앙, 그리고 옥션 등 4곳 밖에 안되는 실정입니다.

제법 알려진 닷컴회사도 코스닥에 상장되려면 몇 번씩 보류판정을 받습니다. M&A는 투자자의 입장에선 예측이 어려운 문제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투자가가 돈을 내놓겠습니까.

▲김영준= 그렇습니다. 코스닥 상장 심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중엔 닷컴기업의 본질을 모르는 이가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단기적으로 투자자 손실방지에 비중을 두고 상장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보다 종합적 시각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에 의한 투명한 심사장치가 작동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금룡= 그래서 나는 코스닥 상장을 점수제로 할 것을 제안합니다. 일반기업과는 기준을 조금 달리해 성장성과 수익률이라는 항목을 별도로 두고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실명으로 각각 점수를 매기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코스닥의 일반부와 벤처부를 통합해 코스닥 1부를 운영하고, 코스닥 2부를 신설해 리스크는 있으나 성장성이 있는 회사가 상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심사가 투명해 질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김영준=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사업성이나 성장성이 없는 기업이라면 솔직히 말해 코스닥 심사위원들보다 더 전문성이 있는 벤처캐피탈이 초기투자를 했겠습니까.

▲이금룡= 얘기를 나누다보니 김회장님과 같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만 있으면 벤처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사업에 열중할 수 있고, 또 위기설은 단지 설로만 끝날 것 같습니다.

▲김영준= 지금 닷컴기업들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미래를 내다보고 착실히 준비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산에 계곡이 있으면 봉우리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회사는 이를 믿고 위기설이 횡횡하던 지난달에도 닷컴기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경쟁력있는 기업을 만드는 일에만 전념한다면 곧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김영준(金永俊)

194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9년 ㈜금성사에 입사, 90년 ㈜금성사GSEI 전략기획담당 전무, 95년 LG전자㈜ 재정담당 부사장을 거쳐 96년 LG벤처투자㈜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번 투자하면 5년은 기다려 줘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경영자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다.

●이금룡(李今龍)

195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법대를 나오고 동국대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77년부터 98년까지 중소유통지원팀장, 인터넷 사업부장 등을 지내며 22년간 삼성물산에 몸담다가 99년 9월 인터넷경매회사 옥션을 창업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3월부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직을 맡아 업계의 위기탈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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