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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마비 '집단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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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마비 '집단 패닉'

입력
2000.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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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공의, 전임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진료거부에 동참, 보름만에 ‘의란(醫亂)’이 다시 현실화하자 의료현장은 ‘집단 패닉’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분초를 다투는 환자들이 의사를 찾아 헤매다 아예 수술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의사가 떠난 병원 복도에는 ‘집단 인질극’‘목숨을 담보로 한 벼랑끝 대치’등 환자와 가족들이 내뱉는 극한 용어들만이 메아리쳤다.

응급실 진료도 1~2시간 걸려 대부분 종합 병원의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몰려들어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병상을 못 구한 환자들이 복도와 보호자 대기실에 누워 애타게 의사들을 찾고 있으나 손이 모자라 응급진료를 받는 데 1~2시간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증 환자들의 수술 연기 사태가 속출,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지면서 병원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하루평균 80건이던 수술이 10일 9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11일에는 4건만 예약돼 있는 상태. 예약환자는 진료가 모두 연기됐으며, 예약연기를 통보받지 못한 환자들은 오전 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날 간경화로 치료가 화급한 가족을 데리고 서울대병원을 찾은 추모(45)씨는 “차라리 의사들을 수입해서 외국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는게 낫겠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병원 부수겠다’ 실랑이 이날 오전 외래진료를 중단했던 모대학병원 접수창구에서는 폭력사태를 빚기도 했다. 생후 10개월 된 딸의 안질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김모(32)씨가 치료를 애원하다 거절당하자 “이놈의 병원 부셔버리겠다”며 병원문을 발로 차며 항의하다 병원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어머니(70)를 모시고 이병원을 찾은 한모(43·여)씨는 “어머니가 입원은 커녕 침대도 없어 쓰레기가 널려 있는 바닥에서 누워있다”며“의사들도 부모 있는 사람일텐데 이래도 되는 거냐”고 소리높였다.

14일부터 교수들의 외래진료 철수가 예고된 서울중앙병원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폐렴증세로 5세 아들을 입원시킨 이모(35·여)씨는 “교수들마저 떠나면 우리아이는 이제 죽는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보건소 국립병원 초만원 민간병원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환자들이 보건소와 국립병원으로 몰려 들어 ‘1차 의료대란’때와 똑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내 각 보건소에는 이날 평소보다 20~30% 가량 늘어난 환자들이 찾았다.

서울 관악보건소측은 “진료시간을 오후10시까지 늘려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봉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의 주기능이 질병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어 문제점이 많다”며“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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