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 지하엔 의원전용 사우나가 있다. 지난 95년 10월 국회 사무처가 220평 규모로 각종 운동기구를 갖춘 헬스장과 함께 시설했다.때로는 총무접촉이 이뤄지기 까지 하는 의원들만의 휴식공간이다. 그러나 말이 ‘의원전용’이지, 여성의원에겐 ‘그림의 떡’이다. 툭하면 국회가 야간회의도 마다않는 입장이고 보면 의원들의 휴식공간이 필요하리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사실상 남성전용인 이 사우나에 대해 여성의원들이 이용을 요구함으로써 생겨났다. 국회가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자리에 모인 16명의 여성의원들은 현재의 남성전용 사우나시설이 성차별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시정을 요구키로 했다. 있을 수 있는 항변이자, 요구임에 틀림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시대는 옛 얘기일 뿐이다. 남녀가 번갈아 사용하는 방법과, 숫제 따로 여성용을 만드는 방안 등 여성의원들이 제시한 개선책도 흥미롭다.
■여성의원이라고 해야 현재 여야를 통틀어 16명이다. 과연 이 적은 인원을 위해 별도의 시설을 해야 하느냐를 놓고 사무처는 고민중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절대다수 남성의원들에게 여성의원들을 위해 번갈아 사용토록 요구하기도 난감한 일이다.
가뜩이나 산적한 민생현안에도 불구, 파행중인 국회에서의 느닷없는 사우나 타령이 여론에 어떻게 비쳐질까도 걱정이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얘기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3선개헌안 날치기로 유명한 태평로 구 국회의사당(현 서울시 의회청사)엔 숫제 여성화장실이 없었다.
회의가 길어지면 여성의원들은 용변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오죽했으면 박순천여사 같은 분은 방광염을 앓았다고 전해진다. 여성의원이라야 한 두사람에 불과하던 시절이라고 해도 쓴웃음 날 얘기다. 오늘 16명의 여성의원들이 당당히 ‘우리도 헬스장과 사우나를’하고 나선 것은 격세지감의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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