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李총재 발언' 설전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9일 진주에서“현 정권이 반미운동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 민주당이 10일 이총재를 강력 비난하고 나서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국회 문을 걸어잠근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소모적 장외논쟁은 의료대란과 현대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반(半) 표류상태에 빠져있는 국정 혼란상을 부채질, 국민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 하고있다 .
민주당은 10일 이회창 총재가 제기한 ‘반미감정 방치의혹’을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서영훈(徐英勳)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이총재의 발언은 사실을 왜곡,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즉각 발언을 취소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서대표는 또 “이총재가 ‘반미감정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입장을 알고 있으면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심히 유감이며 몰랐다면 국정을 함께 책임진 야당 지도자로서 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몰아 세웠다. 서대표는 “이총재의 발언은 차기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이총재가 차기 대권을 의식, 현정부와 미국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조속한 국회정상화와 국민 혼란 방지등을 위해 최근 대야(對野) 자극을 자제해 온 민주당측이 강경 자세를 보인 것은 야당측의 현 정부 비난 공세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도“김대통령이 통일보다는 평화정착이 우선이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는 데도 이총재가 ‘급진적 통일정책’운운한 것을 보면 아마 신문도 보지 않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나라당은 10일 민주당의 이회창 총재 비난에 대해 “가당찮다”고 일축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이총재의 언급은 현 정권이 마치 통일이 눈앞에 와 있는 양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미군철수 주장 등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야당총재로서 당연한 경고를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창화(鄭昌和) 총무도“민주당이 대표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총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행태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민주당은 이총재가 지적한 내용을 올바르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들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SOFA 재협상, 노근리와 매향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반미의식 확산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혹이 강했다”면서 “우리당과 이총재는 반미운동의 확산에 대한 우려를 이미 여러차례 제기했고, 어제도 같은 맥락의 충고를 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장부대변인은 예서 그치지 않고 “남북문제 이외에는 국가전체가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며 “그런데도 김대중대통령은 통일 지상주의 전파에만 탐닉해 있다”고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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