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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업/"우리 애 죽으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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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업/"우리 애 죽으란 말입니까"

입력
200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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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진단 女兒 아버지의 애원“우리 아름이가 암이라는 데…. 그냥 죽으란 말입니까.”

충북 청주에서 암진단을 받고 ‘큰 병원’을 찾아 10일 새벽 가족들과 함께 삼성서울병원으로 뛰쳐 올라온 아름이의 아빠 남현희(31·회사원)씨는 고통스런 울음을 그칠줄 모르는 30개월된 딸을 부둥켜 안은 채 울부짖었다.

아름이는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부어오르고 목과 어깨에는 부종이 생기는 등 급박한 상태. 그러나 이날 병원에서 받은 조치는 응급실 당직 의사의 1차례 회진이 고작이었다. 남씨는 “목숨만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했지만, 병원측은 “전원 파업으로 의사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있는 아름이는 지난달 초부터 고열과 기침에 시달려 동네병원과 충북대병원에 4차례나 입원했다. 충북대병원이 내린 1차진단은 임파선염. 그러나 열흘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에도 고열과 기침은 가라앉지 않았다.

남씨는 이달 들어서도 아름이를 안고 2~3차례 충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의료계 재폐업 때문에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했고 혈액검사 예약만 한 채 발길을 돌렸다.

검사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남씨는 9일 청천벽력같은 주치의의 진단을 들어야 했다. “소아암인 것 같으니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시오.”

남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샌 뒤 10일 새벽 충북대 의대 교수의 소견서까지 들고 삼성서울병원으로 득달같이 달려왔다.

“의사와 약사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동안 내 딸 몸속에는 암세포가 퍼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습니다.” 남씨는 “주사라도 한번 맞혀주면 소원이 없겠네요”라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름이를 안고 발만 동동 굴렀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내 목숨을 포기했습니다"

암수술 못받은 임종화씨

“이젠 목숨을 포기했습니다”

의료계 전면파업으로 연기된 식도암 수술일정을 기약없이 기다리다 결국 지난 7일 입원실을 나온 임종화(63·경기 김포시 원곶면)씨. 임씨는 10일 자신의 집에 누워 “의료계 파업이 나를 미필적 고의로 죽이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가 동네 병원에서 암세포를 발견한 것은 3개월전. 암세포가 폐까지 번지고 있다는 진단에 따라 지난달 25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지만 입원 다음날 2차 전공의 재파업이 시작돼 입원 직후 받기로 한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에도 수술날짜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병원측은 “수술할 손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암담하더군요. 젊은 시절 병원 한 번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고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않는 데 수술 조차 못 받다니요.” 임씨는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의사 파업이 나의 생을 포기하게 했다”고 울부짖었다.

임씨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병원측은 이른 시간안에 수술을 받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있다고 했고, 임씨도 수술에 대비해 마음자세를 가다듬어 온 터였다.

“사람목숨이 이렇게 취급될 수 있는 겁니까. 의사들도 밉지만 의약분업은 더 밉습니다.” 의사들이 이른 시일안에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는 한 ‘임종’을 맞아야 할지도 모르는 임씨는 “자기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일그러진 우리 사회가 고귀한 인명까지 ‘살상’하고 있다”고 소리높였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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