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유형은 크게 덕장(德將)과 지장(知將)으로 나눌수 있다. 고(故) 장운수감독이 1980년대 중반 대우축구단 사령탑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지금은 현역감독인 C와 P가 당시 팀의 미드필더로 라이벌 관계였다.그런데 장감독은 패스가 정교한 C를 편애(?)했다. 울분의 날을 보내던 P가 어느 날 운동장에서 감독 욕을 한창 해댔는데 그것을 그만 장감독이 보았다. 선수들은 발칵 뒤집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장감독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것처럼 태연히 자리를 비키더라는 것이다.
선수단은 그해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일 없이 우승컵을 안았다. 장감독은 팀 분위기 관리에 노련한 덕장이었던 것이다.
올 유럽선수권서 망신을 당한 독일 리벡감독의 뒤를 이어 내년 6월 대표팀을 맡게될 크리스토프 다움(47)감독은 지장으로 불릴만한 인물이다.
그는 독일에서 TV의 단골게스트이자 최고의 인기감독이다. 바로 2년전 분데스리가 17위로 최악의 위기에 빠진 레버쿠젠을 단숨에 2위로 끌어 올려 명성을 높였다.
국내의 한 축구인이 그의 성공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훈련장을 찾았다. 그런데 연습경기중 센터링때 헤딩하는 선수의 옆에 달려가는 선수가 헤딩의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슬라이딩을 하는 장면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다움감독의 대답은 “만에 하나 공이 옆으로 빠질 경우 슬라이딩슛으로 연결될수 있기때문에 그렇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포지션과 상황에 따라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는 다움감독의 치밀함에 새삼 경탄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축구에 덕장은 많지만 지장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프로축구서 우승한 감독들 대부분이 지장보다는 덕장에 가깝다. 특히 선수개개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전술적 훈련은 크게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회택-차범근-허정무의 계보를 잇는 스타출신의 최순호(포항)씨가 지난주 감독으로 데뷔했다. 국내축구는 차범근 같은 대스타도 실패했을 정도로 지도자의 길이 쉽지 않다.
선수시절 깐깐한 성격으로 감독속을 태웠던 최감독이 이제 선수시절의 경험을 살려 지와 덕을 모두 갖춘 지도자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차범근처럼 또 다시 대스타를 잃는다면 한국축구는 큰 손실이다.
유승근 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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