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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7년만의 휴가 그 달콤한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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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7년만의 휴가 그 달콤한 여유

입력
200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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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민·KBS아나운서“저, 임성민씨죠? 이번 주 드라마 야외촬영 없거든요. 쉬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럴수가! 갑자기 스케줄이 없어졌다.

마침 ‘도전 지구탐험대’도 녹화를 한 주 쉰다고 하니 앞으로 한 주간 방송스케줄이 완전히 없어지고 만 것이다.

이제껏 7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일주일씩이나 일이 없는 경우는 입사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사실을 불과 이틀 전에야 알게 되다니. 뜻밖에 생긴 휴가에 나는 좋아해야 할지 허탈해 해야 할지 몰라 한참동안 눈을 깜박거리며 황당해 했다.

일을 워낙 좋아하는 체질인데다 나의 일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지금까지 방송을 남에게 맡기고 휴가를 가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정신없이 일만 쫓아다니다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한두 번 3일간의 짧은 휴식만이 있었을 뿐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이다.

이제 그 정신없이 지나 온 시간들 속에 나는 잠시 숨이라도 돌리려는 듯 멈춰 서 있다.

지금이라도 여행 계획을 세워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국내 피서지는 예약이 다 끝났을 터이고, 해외 여행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기사와 표를 갖고도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는 사례가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판국에 외국행은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휴가. 직장인에게 있어 휴가란 그 얼마나 설렘의 대상인가. 하지만 나는 지금 막상 어느 곳도 갈 데가 없는 형편이 되었고 그저 일주일 동안 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 하며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면서 나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기로 했다.

꼭 읽어야 할 책들을 부지런히 보고, 쌓아 두었던 녹화 대본과 비디오 테이프들을 정리하고, 옷장도 다 뒤집어서 다시 정리하고, 새로 산 노트북 앞에 앉아 밤새도록 인터넷과 글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을 미루기만 했던 사람들과 만나 여유있게 담소도 할 예정이다. 물론 마음은 인적없는 바다로 달려가 모래 사장에 드러누워 하루종일 파도소리와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일광욕을 즐기고 싶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 7년 만에 맞는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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