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88열차’ 혹은 ‘청룡열차’라고 부르는 놀이공원의 귀염둥이 ‘롤러 코스터’. 일단 타고나면 즐거움보다 공포가 가득하지만 그 재미 또한 비길 데 없다.3인의 밴드 ‘롤러 코스터’의 음악은 꼭 이렇다. 신나고, 즐겁고, 놀랍고. 그래서 또 듣고 싶고. 발랄함이 가득한 신선한 밴드이다.
지난해 첫음반을 내고 여기저기서 많은 칭찬을 들었던 이 팀이 두번째 음반을 냈다. ‘일상다반사’. 밥먹고 물마시는 것처럼 흔히 있는 일이란 뜻이다.
그러나 그들 음악은 흔히 있는 음악은 아니다. 조원선이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이상순이 기타를 치고, 편곡을 한다.
‘엉뚱한 상상’ 같은 귀여운 노래로 팬이 만만찮은 재주꾼 지누는 베이스를 치며 곡을 쓰고 편곡을 한다.
한사람에 한두몫씩 하는 데다 녹음도 집에서 했다. 음반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이들의 발랄함은 추억과 접목했다. 1970년대 디스코, 80년대 록사운드를 2000년대 식으로 요리해 기발한 퓨전(혼합) 요리를 만들었다.
일단 여성보컬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콧소리가 좀 비치고, 여기에 노래를 감칠 맛 나게 부르는 재주가 있다.
구식 마이크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라이브 처럼 들리는 ‘어느 하루’, “비디오 가게 가고, 슈퍼에서 우유사고, 버스 정류장 앞에서 살까 말까 말설이는 나를 조용히 째려 보는 붕어빵 아저씨” 일상의 가사와 딸랑이 소리, 강아지 소리가 어우러진 ‘일상다반사’이다.
‘퉁각퉁각’하는 ‘사랑과평화’가 ‘장미 한송이’에서 들려주었던 감칠맛 나는 기타 전주로 시작하는 디스코 리듬의 ‘가만히 두세요’는 1970년대 기타 사운드를 살려낸 이상순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는 곡이다.
통굽 구두를 신고, 나팔 바지를 입고 즐기면 딱 좋을 ‘힘을 내요 미스터김’은 음반의 타이틀 곡. 일상에 찌든 누군가에게 보내는 “멋있게 살아봐요”하는 은밀한 속삭임인데 이 흥겨운 디스코 리듬을 듣는다면 한 번 뭔가 저지르고 싶어진다.
조원선의 보컬은 너무 감칠 맛이 나서 앨범 전체를 들으면 다소 물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밴드가 해결해야 할 숙제.
그러나 ‘Crush’ , 신나는 라틴 리듬의 ‘Breezy’같은 곡은 기타 매력에 빠져들을 수 있는 연주곡이다. 도발적인 상상력은 좀 부족하지만 앨범 전체가 들을만한 흔치 않은 음반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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