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간 대립이 ‘한·약(韓·藥)분업’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양약 대신 한약을 처방하는 약국이 늘면서 동네 약사들 사이에 “의약분업이 실시된 마당에 한·약분업은 왜 안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서울 천호동 S약국 약사는 “양약과 한약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는데 양약만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올해 안으로 약사회 차원에서 한·약분업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림동의 D약국은 “한약은 의사 처방없이도 조제할 수 있다”며 환자들을 상대로 한약세일즈에 나서고 있고, 봉천동 H약국은 처방전 약에 한약을 함께 넣는 ‘끼워팔기’로 재미를 보고 있다.
노량진에 사는 박모(33·여)씨는 “가벼운 몸살인데 병원 가기가 귀찮아 한약을 권하는 약국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들이 한·약분업을 주장하는 것은 의약분업 후 병원과 제휴한 일부 ‘문전’약국만이 처방전을 독식하자 한약조제를 많이 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사들은 “양방과 한방은 체제부터 다르다”며 “약사가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2만6,000여명에 달하는 한약조제약사들이 100종으로 묶인 자체 처방 및 임의조제 범위를 넓히려는 술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한·약분업도 추진할 예정이지만 한약조제권은 한약학과를 졸업한 정규 한약사에게만 부여할 방침”이라며 한·약분쟁 재연조짐을 경계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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