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딴나라 사람인가. 의료대란·현대사태 등으로 나라가 곧 숨 넘어갈듯 긴박한 상황인데도, 정당 대표들은 한가롭게 ‘민생투어’를 하고 있고, 여당은 최고위원 경선에 앞서 돈선거 파문을 일으키는가 하면, 야당은 야당대로 정쟁거리를 만들어 내느라 여념이 없다.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그 본령을 잊고 있는 탓이다.정당대표가 민생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이웃사랑의 숭고한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몸소 자원봉사에 나서 땅방울을 흘리는 모습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면 했지, 동네방네 소문을 내면서 경쟁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무엇이며, 여기에 일정을 새치기 했느니 마느니 하며 논쟁을 벌일 이유는 무엇인가. 민망하기 짝이 없는 모습들이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시국이 어려울때 그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의사들이 또다시 전면 파업에 나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국회는 오불관언이다.
이 판에 국회의 어느 상임위는 의원간담회를 갖고 소속의원들의 실리콘 밸리방문을 결의했다고 한다. 상임위 무파행 운영 선언에 따라 그나마 간담회를 열고, 앞선 나라의 정보통신 현장을 방문키로 한 것은 분명 가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가상한 일조차 어색하게 보이는 것은 의료대란과 현대사태 등 시국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무책임성 탓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정당대표들의 민생투어도 마찬가지로 보일 터이다. 발등의 불은 외면한채, 마치 먼발치의 아름다운 풍광에만 한 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집권당 최고위원 경선과 관련, 돈선거의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또 무슨 일인가. 깨끗한 정치에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대의원을 상대로 한 당내 행사에 수억원씩 돈을 들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이쯤에서 민주당은 최고위원 경선이 과열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치의 본령은 제반분야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다. 정치권이 하루빨리 본령을 찾도록,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각성해 주기를 바란다.
우선 의료대란과 현대사태 등에 대해서만이라도 국회 차원의 대책을 세우도록 시동을 걸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시국문제를 풀어 나갈때, 그때야 말로 여야 대표들이 봉사활동에서 흘린 땀방울은 더욱 값지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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