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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時 강간피해여성의 '분노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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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時 강간피해여성의 '분노의 재판'

입력
200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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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계 군인들로부터 능욕을 당한 보스니아 여성 11명이 만리타향 미국 땅에서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이들은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도움으로 1990년대 초 크로아티아계와 이슬람계에게 자행된 '인종청소’행위를 지시한 국제전범 라도반 카라지치(사진) 전 세르비아 대통령을 상대로 수백만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진행중이다.

지난 8일 뉴욕 법정에 선 증인들의 표정에선 그들의 끔찍했던 과거를 읽을 수 있었다.

피해여성들은 모두 보복이 두려워 본명을 감췄으며 한 40대 여성은 자신이 당했던 치욕을 증언하던 중 고통과 분노를 못이겨 실신했다.

원고나 피고 모두 미국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1789년 제정된 엘리언 토트 청구법에 근거하고 있다.

전쟁약탈과 상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도 국제법에 반하는 피해를 입었을 경우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법은 거의 사문화돼 있었으나 1980년 17세 소년을 고문살해한 푸에르토리코 경찰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던 인권단체에 의해 발굴됐다.

그러나 이들이 승소하더라도 그 실효는 거의 없다. 1980년 이후 이 법에 의거, 여러건의 소송이 제기돼 대부분 승소했지만 배상금을 받아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패소한 반인권 범죄자들은 미국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으며 외국 정부도 이들의 재산을 압류하는데는 비협조적이다.

휴먼라이트워치 소송담당인 리드 브로디는 "재판의 목적은 금전 만은 아니다”라며 "범죄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법적 판결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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