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돌아오면 미국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대통령선거에 미국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그만큼 각 분야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반증이며, 세계의 각국이 선거결과와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상 오랫동안 미국과의 밀접한 이해관계를 유지한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대통령선거에 신경을 곤두세워왔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도 예외 없이 한국매체들은 선거에 대한 보도와 이에 관한 분석에 분주하다.
금년 대통령선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는 이 시점에서 필자는 선거에 대한 의미를 통상적인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되새겨 보고 싶다.
첫째, 미국정치에 법칙이 하나 있다면 대통령선거는 경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것이다. 경제가 좋으면 집권당이 선거에 승리하는 것이고 그렇지가 않으면 패배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의 예외는 1968년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찾을 수가 있다. 이후 30년 동안 경제라는 그 한가지 잣대로 선거가 판가름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번 선거에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민들이 집권당인 민주당 후보 고어보다는 야당 후보 부시를 더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이다. 다시 말해 기존정당이 경제호황기에 득을 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념이 이번 선거에서 깨질 것인가.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당연히 후보의 인기가 일시적으로 올라간다.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먼저 개최함으로써 부시가 현재 여론조사에 앞서있는 것이다. 곧 민주당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고어가 부시와의 격차를 만회할 것이다. 때문에 현재 후보간의 지지격차를 들어 이번 선거결과가 이 법칙에 예외가 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법칙의 위력이 여전히 선거에서 발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둘째, 한국매체들은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 미국의 태도와 입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두 후보의 외교정책에 대해 비교·분석을 하고 있다.
물론 정치체제상 대외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의회에 비해 크다는 것을 감안할 적에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이 선거결과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몇가지 유념해야할 대목이 있다.
후보들이 선거유세기간 동안 발표하는 정책은 전략상 구체적이고 뚜렷하기보다는 일반적이고 애매모호할 때가 많다. 또한 후보들은 서로간의 정책상의 차이가 별로 없는데도 마치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과대하게 차별화하려고 애를 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후보들의 정책이나 정당 정강의 차이를 과대해석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한 미국대사 보스워스가 한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 대외정책은 국익에 입각돼 있기 때문에 어떤 정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바뀌지 않으므로 공화당이 선거에 승리한다하더라도 한반도에 대한 미국외교정책은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은 대통령선거에 대한 통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미국인들이 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이번 선거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자부하는 미국인들에게는 대통령 선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선거는 단순히 4년마다 민주시민으로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데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선거를 통해 자기들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전통과 제도를 긍정하고 그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큰 축제이기도 하다. 선거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미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열과 애착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종완 세종연구소 지역 연구위원·미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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