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계열분리 시기만을 손꼽고 있던 현대자동차에 갑작스레 ‘초비상’이 걸렸다.채권단이 정몽구(鄭夢九)현대·기아차 회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금융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자칫 몽구(MK)회장의 퇴진 요구가 현대사태 처리를 더욱 꼬이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은 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현대는 5월 31일 대국민 약속을 통해 밝힌 ‘3부자 퇴진’을 반드시 지켜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3부자 가운데 남은 몽구 회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가신그룹 퇴진과 관련해서도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문제 전반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들은 모두 자진해서 퇴진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동안 간간이 거론됐던 ‘3부자 퇴진론’에 미동도 않던 현대차는 이번만큼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너 퇴진 문제는 채권단이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고 누누이 밝혀왔던 채권단이 180도 입장을 바꿔 공개적으로 ‘MK 퇴진’을 거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현대사태 조기해결 지시가 나온 직후의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현대차 수뇌진은 김행장 발언직후 외환은행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몽구회장은 현대건설 부실문제와 무관하고 ‘3부자 퇴진’발표는 몽구회장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퇴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포드의 대우차 인수 등으로 자동차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오너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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