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습니다. 오마니 드리려고 한복까지 장만했는 데….”9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대상자 중 북측 최고령자인 109세 어머니 구인현(具仁賢)씨가 이미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은 막내아들 장이윤(張二允·71·부산 중구 영주1동)씨는 피맺힌 눈물을 흘리며 넋을 잃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가 장씨의 집을 찾은 것은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장씨는 비보도 듣기 전에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드리려 왔다”는 말이 들리자 그 자리에서 실신, 119 응급차에 실려 부산 동구 초량동 성분도병원 응급실에 긴급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적십자사는 장씨의 실신에 대비해 방문 전에 관할 소방서에 대기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장씨는 정신을 잃고 응급차에 실려가면서 “이게, 이게 아니야”라고 외마디 신음을 반복했다고 아들 준용(俊龍·36)씨가 전했다.
장씨 치료를 맡은 의사 이성윤(27)씨는 “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불안증세를 보여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며 “2~3일 정도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마니’의 생존소식을 전해 들은 지난달 27일 이후 장씨는 꿈과 같은 나날을 보냈다. 이미 어머니께 드릴 선물로 한복과 고무신, 쌍가락지, 팔찌, 목걸이를 장만했다. 이날은 어머니를 만나러 갈때 입을 자신의 옷과 두 조카에게 줄 선물을 살 예정이었다.
준용씨는 “할머니가 살아계신다는 소식에 들떠 이웃에 자랑하고 다니셨다”면서 “한밤중에도 잠에서 깨어 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꺼내 보시며 눈물을 훔치곤 하셨다”고 울먹였다.
이날 낮 12시를 조금 넘겨 응급실에 도착한 장씨는 밤 늦게까지도 깨어나지 못했다. 병상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은 “아버님은 지금 꿈을 꾸고 계실 겁니다.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50년의 회포를 푸는 꿈일 겁니다”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부산=목상균기자.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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