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 교수들이 속속 외래진료거부에 동참해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에서 일제히 진료가 마비되는 2차 의료대란이 목전에 다가왔다. 동네병·의원의 휴업과 대형병원의 진료차질로 시골에서 상경한 급환자가 수술을 못받고 돌아가는 등 환자들의 불편도 계속됐다.화약고가 된 의대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회장 김현집·신경외과)는 9일 오후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격론끝에 외래진료 철수를 결의했다.
교수들은 성명을 통해 “현 사태는 불합리한 의약분업을 무호하게 시행한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인력 부족으로 인해 더이상 외래진료를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다음주부터 부득이 응급의료체계만을 가동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생들도 의약분업에 반대하기 위해 자퇴한다는 방침을 놓고 이날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특히 4학년 학생들은 자퇴결의 여부와 관계없이 학사일정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가톨릭 의대 교수들은 의대생들이 수업을 포기할 경우 10일 일괄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키로 해 의대전체가 화약고가 된 분위기다.
동네 병·의원 움직임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11일부터는 이들 병·의원도 6월 의료대란 당시처럼 80%이상이 문을 닫을 전망이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H병원의 경우 외래환자들이 평소보다 20% 정도 늘어났으며 정형외과 등 일부 과는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몰려 하루 3건에 그쳤던 수술 건수도 4∼5건으로 늘어났다.
국·공립병원 및 보건소 전면재폐업 이후 대부분 환자를 도맡아야할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는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국립의료원은 황정연 응급의학과장은 “환자가 몰릴 경우 국방부와 보건소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중환자들은 일본이나 대만 등 가까운 해외로 공수하는 수단도 강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종로보건소의 김숙연(42)간호사는 “진료가 오후10까지 연장돼 3명의 의사가 사흘마다 야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여기서는 약주고 혈압과 소변을 검사하는 정도여서 병원 폐업시 급한 환자가 몰려와도 해줄 것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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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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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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