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얼마전 작은 형 가족들과 부산 기장 부근의 바닷가로 놀러 갔다. 말이 피서지 오히려 더위를 맞으러 갔는지도 모른다.쏟아지는 한 여름 햇볕을 온 몸으로 맞으며, 사람이 별로 찾지않는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준비해간 약간의 음식을 먹은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아이와 6학년인 조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닷물로 풍덩 뛰어들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해수욕장이 많은 부산에 살면서도 좀처럼 바닷물에 몸 담글 기회가 없었던 터라 나도 작은 형에게 오랜만에 해수욕을 같이하자며 바다로 들어갔다.
어릴적 수영을 잘하던 작은 형이 수영을 스스로 익히게 하겠다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수심이 깊은 곳에 나를 놔두고 가는 바람에 바닷물을 맘껏 먹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둘은 바다 가운데 바위섬을 돌아왔다. 어릴 때와 달리 잠깐의 물놀이에도 피로해졌고 작렬하는 태양 아래 오래 버틸 여력이 없어 일단 귀가하기로 하고 물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작은 형이 그만 유리조각에 발을 다쳤다. 응급 처치를 한 뒤 바쁜 마음으로 텐트를 접고 주위를 정리하는데 한 주민이 우리 주위에서 팔짱을 끼고 이것도, 저것도 치워가라는 것이었다.
“아저씨, 저희도 알 건 압니다. 저희들이 어지럽힌 쓰레기는 다 치우고 갈테니 걱정마세요.” “당신들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지금 이곳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곳임에도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는 등 벌써 사람의 손을 타고 있었다.
휴가기간이 끝날 무렵 이곳의 어지러운 모습이 상상이 됐다. 바닷가나 계곡 등 휴가를 즐기고 떠난 피서지는 늘 사람들의 좋지못한 흔적이 남아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부디 올해는 피서지가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지않도록, 피서후 잔영이 아름답게 남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경내 부산 동래구 낙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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